[기고]외환보유액 규모 적정한가
지난 2월 우리 나라의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를 넘어섰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39억달러까지 줄어들었던 외환보유액이 불과 7년여만에 50배 이상 증가해 규모 면에서는 세계 4위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 사회에서는 이를 계기로 외환보유액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고 이에 따른 논란 또한 적지 않다.
최근 외환보유액을 둘러싼 대표적인 논란은 규모의 과다 여부일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과다 여부는 먼저 적정규모를 산정한 후 실제 규모와 비교해서 판단 가능한 사안이므로 이 문제는 결국 적정규모의 문제로 귀착된다.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에 대해서는 1950년대 초부터 학계와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경험적 분석에 바탕을 두고 간헐적으로 논의가 되어 왔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실정이다. 그렇다고 가까운 장래에도 이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외환보유액의 적정규모에 대한 궁금증은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런데 이와 같이 어렵게 보이는 규모의 적정성을 비롯해 외환보유액 구성, 관리주체, 운용상황 등 최근 화제로 등장한 여러 가지 문제는 오히려 외환보유액이 한나라 경제의 대외지급준비금이라는 기본성격에 주목하여 접근하면 보다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개인의 경우도 비상금의 필요규모가 나이와 직업 등 개인사정에 따라 각기 다르듯이 한 나라의 외환보유액도 나라마다의 특성과 시대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나라별로는 평상시 대외거래규모 외에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 및 그 심각성 정도를 반영해야 한다. 외국으로부터의 자본유입이 많고 과거 외환위기 경험을 갖고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이 국제신인도가 높고 자국 통화가 기축통화인 서구 선진국에 비해 외환보유액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1980년대 이전에는 경상외환 지급액이나 수입액의 3개월치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이 대체로 적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 들어서는 그렇지 않다. 최근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경제의 해외의존도, 자본자유화수준, 대외신인도 그리고 그 나라가 처한 지리적,정치적 위험 정도를 외환보유액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요인으로 들고 있다. 금융시장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진전되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간 자본이동이 신속하고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아시아 외환위기 발생 이후 단기외채 및 외국인투자자금의 유출입 규모가 매우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였는데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높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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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우리 나라의 단기외채와 외채에는 포함되지 않는 외국인 주식투자자금 규모에 비추어 현재의 외환보유액으로도 긴급시 대처할 수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국가경제에 필요한 외환보유액 규모를 판단할 때는 현재의 경제상황만을 가지고 평가하기보다는 장기적이고 동태적인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는 남북관계의 진전 상황에 대해서도 유념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