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너진 미국과 일본의 자존심
명품 오토바이 업체 할리 데이비슨이 '미국의 자존심' 제너럴모터스(GM)를 시가총액 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나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출규모가 GM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할리 데이비슨이지만 시장에서의 평가는 GM보다 낫다는 설명이다.
지난 1907년과 1908년 각각 창업한 할리 데이비슨과 GM은 미국 제조업의 자존심으로 화려한 영광을 누렸지만 최근에는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할리 데이비슨이 19년 연속 기록적인 매출과 수익신장세를 보인 반면 GM은 실적 악화가 계속돼 올 1분기에는 1992년 이후 13년만의 최대 분기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할리 데이비슨과 GM의 엇갈린 행보는 삼성전자와 '일본의 자존심' 소니의 뒤바뀐 위상을 보는 듯 하다.
2000년 소니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의 4배에 달했지만 2004년에는 삼성전자가 소니의 2배로 상황이 뒤바뀌었다. 2004년 현재 삼성이 700억 달러, 소니는 400억달러 수준이다.
할리 데이비슨과 삼성전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이나 GM과 소니가 뒤쳐질 수 밖에 없었던 요인도 비슷하다.
할리 데이비슨은 골프카드, 스노우 모빌 등 비핵심 사업을 모두 정리하고 오토바이만 그중에서도 고급 오토바이를 만드는데 주력하며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 역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인원삭감과 사업정리를 단행하고 반도체와 액정, 휴대전화에 경영자원을 집중한 것이 약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GM은 비핵심 사업부문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지난해 순익에서 보험 등 금융부문의 수익이 본업보다 많았다. 소니 역시 지나친 자기만족과 기존 제품에 대한 안주 등이 쇠락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할리 데이비슨의 경우 할리 데이비슨을 타는 사람들의 모임인 '호그(HOG)'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할 정도로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에 반해 GM은 고객을 끌어들일 만한 브랜드 가치 구축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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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제3세계국가에서는 에니콜을 갖는게 부의 상징이 될만큼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현재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126억 달러로 소니와 비슷한 수준이다.
과거 명성에 걸맞지 않게 위기를 맞고 있는 GM과 소니는 각각 서로 다른 방식으로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GM은 사무직 등 화이트 컬러 직원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는 일본 주요 기업 중 최초로 외국인에게 최고 경영자 자리를 내주고 대대적 조직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무너진 미국과 일본의 자존심이 회복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