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오늘밤 둘이 만나세요
요즘 금융계의 최대 관심사인우리금융스톡옵션 사건을 보면 참 안타깝다. 하필이면 입장을 달리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와 우리금융지주회사 양측 CEO가 학교 동창 사이이다.
최장봉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황영기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은 몇 안되는 S고교 출신 금융 기관장인데 대학시절도 각각 무역학과 경제학을 전공하며 함께 다녔다.
두 사람이 걸어온 길은 달랐다. 황 회장은 삼성물산에서 사회 첫발을 내딛은 뒤 영국 BTC은행에서 선진금융을 경험하고 다시 삼성에 복귀, 삼성이 배출한 대표적인 프로 CEO로 성장했다. “CEO는 검투사와 같다.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좌우명이 그를 압축적으로 표현해준다.
삼성증권 사장 시절, 눈앞의 매출감소에도 불구하고 `정도 경영`을 고집했던 승부사형 CEO다. 노선버스 영업을 거부했던 그의 증권사 경영방식을 놓고 논란이 있지만, 눈앞의 실적에 급급하지 않고 궁극적인 1등을 추구하는 그의 경영스타일은 수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회사 경영을 맡기기에 안성마춤이다.
최장봉 사장은 성격이나 경력 등이 황 회장과 많이 다르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하고 돌아와 한국은행, 한국금융연구원 등 연구분야에 주로 몸담았고 예금보험공사 조사분석실장을 거쳐 금융감독원 초대 부원장보를 역임했다. 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온화한 성품의 소유자이지만 현실과 쉽게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이다.
그러고 보면 외견상 많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고집 만큼은 두 사람이 닮았다. 이같은 공통점 때문에 두 사람이 공교롭게 대치하게 된 것인지 모르겠다. 진작부터 서로 ‘좋은게 좋은’ 동창회 무드로 만났다면 이번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을테니까.
이제 두 사람이 만나 터놓고 얘기할 시점이다. 벌써 두 사람이 상당한 손상을 입었다. 황 회장은 돈 밝히는 CEO처럼 망신을 당했고, 최 사장은 “공적자금 투입기관장이 스톡옵션을 주는 대로 받아야지 요구는 무슨 요구”라고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융통성없는 근본주의자로 비치고 있다. 이제 두 사람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 서로의 입장을 살려줄 방법이 없는지 찾는다고 오해할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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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일은 누가 반드시 승자가 되고 누구는 패자가 돼야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보면, 뭔가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한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심증이 짙다. 그렇다면 당장 오늘 만나야 한다. 금융계에 많은 인재들이 있지만 막상 찾으려면 많지도 않은게 우리 현실이다.
상대편에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K1 게임이 인기를 끄는게 요즘 현실이고, 구경꾼들은 태권도 선수든 씨름선수든 모두 그 무지막지한 게임에 몰아넣는 게 요즘 세태다. 적어도 오랜 시간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이번 일이 K1 게임으로 가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