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연금의 구축효과

[기고]국민연금의 구축효과

배현기 하나금융경제연구소 이사
2005.03.30 09:01

[기고]국민연금의 구축효과

국민연금법의 개정을 두고 논란이 많다. 정부는 조금 내고(소득의 9%) 많이 받는(소득의 60% 보장) 현재의 수급구조를 지금보다 더 내고(16%) 덜 받는(50% 보장) 구조로 바꾸자는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연금의 고갈 시기가 2047년에서 2070년 이상으로 연장된다. 하지만 여당은 부담을 늘리는 데 반대하고, 야당은 기초연금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재정의 안정이라는 좁은 시야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연금재정 안정이 최우선 목표라면 미래의 연금수급자들이 현재의 부담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민간 금융시장을 구축시키는(crowding-out) 부작용이 매우 크다. 따라서 민간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서는 보험료 부담이 더 이상 늘어나서는 안 된다.

 민간 금융시장을 구축시키는 첫 번째 이유는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민간의 자발적 저축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에서 조세와 사회보장 기여금(국민연금보험료 포함)의 비중은 2002년 기준 28%로 이미 미국(29%)이나 일본(27%) 수준에 달하고 있다. 더 이상 부담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물론 유럽의 스웨덴(37%) 수준까지 부담을 높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두 번째 이유는 자금 조달에 있어서 민간 금융기관이 위축되는 효과이다. 2004년 말 현재 국민연금의 적립기금은 133조원으로, 개인부문 금융자산(국민연금 포함)의 10.8%를 차지한다. 그런데 정부 안대로 하면 적립기금은 2030년에 2,480조원으로 증가하고, 개인부문 금융자산(국민/기업연금 포함)의 40%를 넘어선다. 현 구조를 유지할 경우에 비해 10% 포인트 이상 국민연금의 비중이 높아진다. 경제주체의 저축 여력이 일정하다고 가정할 경우 자금조달 시장에서 민간부문의 비중이 10% 포인트 이상 줄어든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자금 운용에 있어서 대부분 간접 투자 또는 외부 위탁(outsourcing)한다면 민간의 운용시장이 활성화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재 국민연금 운용자산(금융부문)의 간접투자 및 위탁 비중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자금운용 방식이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면, 민간 자산운용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국내 채권 및 주식 시장은 국민연금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이다. 민간 금융이 위축되는 세 번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특히 국채시장에서의 지배력은 거의 절대적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의 운용패턴이 지속될 경우 국민연금의 국채 투자금액은 국채 발행잔액 대비 최대 66.6%(2025년)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실상 수요독점에 따른 왜곡이 우려된다. 국채 이외에 SOC투자와 주식 등의 확대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손을 벌리는 데가 어디 한 두 군데뿐이랴. 정부 기업 금융기관 국민 모두가 국민연금만 쳐다보는 상황이 될 지도 모른다. 따라서 최소한 지금보다 부담이 늘어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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