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한덕수 부총리와 주가

[광화문]한덕수 부총리와 주가

유승호 부장
2005.04.08 09:40

[광화문]한덕수 부총리와 주가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취임직후 "올초 주가가 1000포인트를 넘었던 것은 오버슈팅이었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경제수장이 시장의 가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냐는 논란을 불러왔고, 1000이 오버슈팅이면 900은 조정국면이 아니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냐는 시황 논란도 일으켰다.

낙관론자들은 경제 수장의 시황관이 비관론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의심한다. 20여개 주요 증권사 리서치헤드 가운데 단 2명이 "1000포인트 이상은 오버슈팅"이라는 비관론을 견지했으나 최근 1명은 입장을 수정했다. 그런데 외로운 비관론을 새 경제수장이 수용한 것처럼 됐다.

강세론자들은 한국 주식시장의 바닥이 종합주가지수 700~800선으로 높아졌고 위로는 1500 또는 2000까지도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부총리가 강세론자들의 시황논리를 들었다면 적어도 1000포인트 넘은 것이 오버슈팅이라는 비관론에 올인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얘기다.

주가는 귀신도 모른다는게 시장의 상식이다. 따라서 낙관론자들의 주가 전망이 반드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낙관론자들의 주장이 비관론보다 설득력을 갖는 것은 그들의 논리에 한국경제의 근본적인 변화상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강찬수 서울증권 회장은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는 기업이 12∼13개에 달하는 것은 한국 증시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기업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도 국제적 수준으로 개선돼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이 엉뚱한 곳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됐고 요즘 주식시장의 활황은 이같은 측면에서 설명돼야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점들은 실물에 밝은 한 부총리가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 수준이 높았다기 보다 올초 너무 급하게 1000포인트를 뚫고 올라간 상승속도에 대해 지적했을 수 있다고 이해하기도 한다.

차라리 한 부총리가 "종합주가지수는 1000이하든 이상이든 큰 의미가 없다"고 했더라면 좋았을 뻔했다. 600개 이상 종목을 총망라한 `종합주가지수(KOSPI)'는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혼동만 가져다주는 왜곡된 지수로 정평이 나있다. 따라서 이미 상당수 전문가들에게 종합주가지수는 벤치마킹으로서 의미를 상실했다. 그런 지수가 1000이든 900이든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으면 전문가그룹에서 "과연 부총리 답다"는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대표하는 한국의 주가는 지난 수십년동안 500∼1000사이에 발목이 묶여있었고 한국의 주식시장은 별 볼일 없는 시장으로 치부돼 왔다. 그러나 20개 우량주로 지수를 만들어 본 결과, 13년만에 16배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30개 우량주로 구성된 미국 다우지수가 10년만에 10배이상 올랐다고, 강남 아파트값 2∼3배 올랐다고 부러워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한 부총리와 증시 낙관론자들이 한번쯤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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