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 몫이 된 생보사 첫 상장
중국 대형 기업들이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줄줄이 찾아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무엇보다도 전쟁후 잿더미속에서 50여년만에 세계 10대 경제국가를 일궈냈으나 여전히 ‘전쟁 리스크’를 천형(天刑)처럼 짊어지고 있는 한국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의 자본시장이 국제적인 시장으로 발돋음하는 전기가 아닌가 하는 감회도 든다.
중국기업은 싱가포르에 54개, 미국에 30개, 캐나다에 18개, 영국에 6개, 일본에 1개 등이 상장돼 있다. 인접한 경제 10대 국가에 단 한 개도 상장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할 수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대해 갖고 있는 다소 과장된 지정학적 우려를 떨쳐내기 바란다. 외국 기업 수십개, 수백개가 한국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다면 지정학적 문제도 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경제가 단지 한국인들만을 위한 경제가 아닌 동북아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중추로 인식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반세기전 이웃국가를 침략하고도 반성보다 오히려 그 추억에 사로잡혀있는 것 같은 일본이 한국에게 기회를 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과연 외국기업의 상장을 소화해낼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걱정도 앞선다. 당장 중국 2대 생명보험사를 자회사로 거느린 중국핑안보험공사(中國平安保險公司)의 한국 상장이 성사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생명보험사로서 첫 상장’으로 기록될 것이다.
정작 삼성,대한,교보생명은 상장하지 못하고 있는데 중국 생명보험사는 버젓이 상장하게되는 역설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국내 생보사들이 상장하지 못하고 있는데는 정부와 해당 기업들 모두의 업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게 지지고 볶는 동안 중국 생보사가 보란 듯이 국내에 상장한다니 창피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중국 생보사가 난데없이 찾아와 수건돌리기 처럼 생보사 상장 문제를 뒷 사람에게 넘겨왔던 정부와 생보사들의 뒷통수를 친 셈이다.
한국 경제의 역설은 생보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뉴브리지캐피탈, 칼라일, 론스타 등 외국의 사모투자펀드(PEF)들은 한국의 은행을 헐값에 사들여 막대한 이익을 챙겨하고 있다. 그들이 제일.한미.외환은행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3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그것을 보면서 한 숨 짓는 것조차 자칫 국수주의로 오해받을까 걱정되지만,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는다는 대의명분이 결국 외국 펀드만 배불려주는 꼴이 되고 있다. 외국의 펀드는 국내 은행산업을 지배해도 좋고 국내 산업자본은 지배해서는 안되는 우스꽝스러운 국면을 해결하지 않고 개방경제로 한발짝 나갈 수 있을까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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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 상장은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모순을 드러내준다는 점에서도 더욱 적극 추진돼야한다. 개방을 통해 한국 경제가 안고있는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도 있을 테니까. 중국 기업들이 재고따지는 한국의 관료사회를 뚫고 한국의 거래소에 상륙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