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고대 '이건희 후폭풍'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고려대 명예철학박사 수여식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일 오후 학생들의 시위로 세계 초일류 기업 삼성과 사학 명문인 고려대가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어윤대 고대 총장은 이 회장과 행사에 참여했던 내외빈들에게 깊숙히 고개를 숙였다. 교직원과 학생들 모두 예상 밖의 파장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학생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하는 기업은 삼성이요, 또 가장 존경하는 경영인은 이 회장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그 대학생들 때문에 상처를 받고 말았다. 삼성도 이번 일이 '삼성과 고대 학생들의 대립'으로 비쳐지거나 대학 사회 전체의 '반삼성 정서'라는 오해로 이어지지 않을까 신경쓰는 분위기다.
고려대는 한국사회의 지성을 대표하는 상아탑. 하지만 어 총장 스스로 사과에 사과를 거듭하는 고행을 하고 있다. 고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이번 일을 두고 "안타깝다"는 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때 가입자 폭주로 사이트가 중단되기도 했던 고대 총학생회 게시판에는 시위에 참석했던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들이 적잖이 눈에 띄고 있다. '논란'보다 '반성'과 '탄식', '안타까움'이 게시된 글의 주류를 차지한다.
아이디 '이방인'은 "우리 사회가 이분화돼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며 "학생들이 한번 더 생각하고 행동했으면 어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소수 학생들이 저지른 '예기치 못한 사고'로 단정하기에는 결과가 간단치 않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학생들이 행사장에 모여들기 시작한 때로 가서 도착하는 내빈들과 이 회장을 차례로 되돌려 보내고 싶은 마음이다. 손님을 보내는 게 예의가 아니라면 그 자리에서 시위 학생들을 설득하러 나서기라도 했을 것 같다.
며칠 남지 않은 고대 100주년 기념식 이전에 학위 수여식 파문의 반전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