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외국자본 균형론

[광화문] 외국자본 균형론

정희경 경제부장
2005.05.12 12:17

[광화문] 외국자본 균형론

미국은 이라크 공격을 앞둔 2003년 초반 프랑스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프랑스가 독일, 벨기에 등과 함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창설 이래 처음으로 비토권을 행사하면서 이라크 전 착수를 위한 터키 군사지원 방안이 무산된 때문이다.

그 해 10월 유엔 안보리에서 이라크 지원안이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프랑스는 막판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고, 미국과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냉전시대 혈맹 관계를 자랑했던 양국이 대립한 표면적인 이유는 이라크전 정당성에 대한 이견이었다. 하지만 이면에는 `신제국주의`로 불리는 미국의 일방주의식 외교에 대한 유럽의 `견제` 심리가 깔려 있었다. 구유럽에서는 미국과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에 대해 미국은 국제 관계에서 견제나 균형이 공격적 행동을 수반하지 않더라도 적대적인 성격이라며 반발했고, 배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실제 미국 의회에서 프랑스에 대한 무역제재 조치가 거론될 정도였다.

프랑스 내 반미 정서와 맞물려 뉴욕 등 주요 도시에서는 와인을 비롯해 프랑스 제품 불매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미국에 진출한 프랑스 기업들은 몸살을 앓았다. `견제` 시도가 외교 영역을 넘어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올 들어 국내에서 두드러진 `외국자본 균형론`에 대한 외국인 반응은 마치 프랑스와 마찰을 빚던 때의 미국의 주장을 듣는 듯 하다.

외국계 자본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해 "차별 아니냐"고 반발하는 가 하면, 미국 제도를 본 딴 대량보유주식 보고제도(5%룰) 개정을 놓고는 국제기준을 거스른다고 딴지를 건다. 미국에서라면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다. 국세청이나 금융감독당국이 조사에 나서면 우선은 적극 협조한다는 자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국자본의 `신경질적` 반응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그들로서는 `내외 동등대우`가 차별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은 그동안 외국인 투자가 절대적이라며, 뉴욕 등지로 달려가 투자를 호소했었다.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이라고 불평할 만큼 제도상의 배려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내국인과 동등하게 대접하겠다"는 원칙을 쉽게 수긍할 수 없을 것이다. 일부는 간간히 제기되는 외국자본 무용론을 들어 `반 외국인 정서`아니냐고 몰아부친다.

투기적 외국 자본의 폐해가 확인되는 마당에 외국 자본은 무조건 좋다는 식의 편향은 조정돼야 한다. 당국의 설명대로 시장교란이나 탈법 행위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방치되면 주권의 포기가 된다.

문제는 이런 조정 과정에서 나타날 혼선이다. 우리의 제목소리가 선의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더구나 "외국자본 투자가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대로 외국인 투자는 계속 유치해야 하는 상황이다. 외국 자본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정책 당국의 섬세한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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