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게임의 법칙"
만약 농구 경기에서 3점슛에 대해 2.5점만 주는 것으로 규칙이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좋은 3점슈터를 가진 팀일수록 손해가 클 것이다.
수출에 강점을 가진 한국에 환율은 1가지 경제변수 이상의 의미다. 한국경제에 있어 환율은 '게임의 법칙' 그 자체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은 농구에서 선수 한두명이 바뀌는게 아니라, 아예 룰이 바뀌는 것이다.
지난해 3/4분기까지도 1달러를 벌어오면 1150원을 받았는데, 이제는 똑같이 1달러를 가져와도 1000원 밖에 못 받는다. 그 영향은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컸다.
지난 1/4분기 12월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전체 순이익은 12조122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영업이익도 16%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1/4분기 순이익이 1조4984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1388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환율이라는 '게임의 법칙'이 요즘 다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17일 엔/달러 환율은 107.5엔까지 올랐고, 유로화는 1.26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원 높은 1004.8원으로 올랐다.
달러화가 랠리를 이어갈지, 아니면 다시 약세로 방향을 잡을지, '룰 메이커'인 미국의 속내는 뭘지. 한국 주식시장을 전망하기 앞서 가장 먼저 고민해봐야할 문제들이다.
현재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달러화 가치의 하락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김한진 피데스증권 전무는 "올해말쯤에는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지금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달러화를 강세 또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말쯤 금리인상이 일단락되고 나면 다시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신후식 이코노미스트도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한차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연말'이라는 시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대외부채와 대외자산의 구성을 살펴보면, 대외부채는 대부분 달러표시 자산인 반면 대외자산은 60% 가량이 유로화 등 외화표시 자산"이라며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면 미국 대외자산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불어나고, 이는 연말 결산 때 대외 순부채를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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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말 달러화 가치가 8.8%(실질실효 환율기준) 절하되면서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있는 미국의 대외자산 가치가 4545억달러나 높아졌다. 이를 통해 미국은 지난해 6659억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도 대외 순부채는 고작 2114억달러만 늘어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신 이코노미스트는 "약달러를 너무 심하게 몰아가면 흑자국들이 미국 국채를 사려고 들지 않을 수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연말에 집중적으로 달러화를 약세로 몰아가는 전략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돌이켜보면, 지난 1998년 이후 7년 가운데 2000년과 2003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연말에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반면 소수지만, 달러화가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뱅크오브뉴욕 런던지점의 시몬 데릭 통화전략가는 "지금 달러화는 가장 덜 못난 통화를 가려내는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부분의 통화들이 좋지 않은 펀더멘털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달러화가 그 중 낫다는 얘기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대부분이 달러화가 앞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개인적으로 반대로 원/달러 환율이 1050원 또는 1100원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본다"며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5%씩 되는 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 많지 않다"고 말했다.
방향이 잡힐 때까지
18일 종합주가지수가 930선을 회복했다. 프로그램 매매가 900억원이 넘는 순매수세를 기록하며 외국인과 개인이 내놓은 매물을 거둬갔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20포인트(0.35%) 오른 930.36으로 장을 마쳤다. 20일 이동평균선을 회복했으나, 외국인이 장중 매도우위로 돌아서면서 장후반으로 갈수록 힘에 부치는 양상이었다. 거래대금은 1조8325억원으로 여전히 2조원을 밑돌았다.
정태욱 현대증권 상무는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는 국면인 만큼 상반기까지는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보기술(IT)주와 내수주들 가운데 우량주를 싼값에 미리 매수해두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3일 연속으로 전강후약의 패턴을 보였다는 점이 부담"이라며 "투자자들이 다음날 시장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지적했다.
오 연구위원은 "최근 변동성이 축소됐고, 이동평균선도 대부분 몰려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위쪽이든 아래쪽이든 방향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지켜본 뒤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