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벤처협회와 전경련
'경제 6단체'. 벤처기업협회가 재계의 6번째 대표 자리를 희망하고 있다. '경제 5단체'가 아니라 '경제 6단체'로 하고, 늘린 자리 하나는 달라는 것이다. 벤처업계의 저변이 넓어지고, 역할과 위상이 강화된 만큼 명분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벤처기업협회가 경제계 상석에 앉으려면 최소한 다음의 두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수많은 벤처기업을 아우를 수 있는 대표성과 리더십을 확보해야 한다. 벤처업계에는 벤처기업협회(KOVA) 말고도 IT벤처기업연합회(KOIVA), 여성벤처협회(KOVWA), IT여성기업인협회(KIBWA) 등 비슷비슷한 협회가 유별나게 많다. 벤처정책을 다루는 정부 부처들이 돈(정책자금)과 규제수단을 앞세워 기업들에게 '줄세우기'를 한 결과다.
이중 맞형 격인 벤처기업협회는 산업자원부에 등록된 단체다. 하지만 여성벤처협회는 중소기업청 산하에 있고, IT벤처기업연합회와 IT여성기업인협회는 정보통신부 산하다.
벤처기업협회는 이렇게 방만한 벤처업계 이익단체들을 끌어안을 수 역량을 보여 주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존립근거가 겹치는 협회간 자율 통폐합도 필요하다.
둘째, 성공한 벤처리더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뭉쳐 벤처의 명예를 되살리는 일을 실천해야 한다. 벤처기업인 하면 도전하고 모험을 즐기는 사람,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새 길을 열어가는 사람, 기술과 실력으로 승부하고 부족함을 겸허하게 채워가는 사람, 사회에 기여하고 돈을 번만큼 명예롭게 쓸 수 있는 사람이란 '면모'를 보여 주어야 한다.한탕을 노리는 '벤처사기꾼'과 '기업사냥꾼'이 큰소리 칠 수 없는 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벤처기업협회가 이런 일들을 감당할 수 있는 지 스스로 곰곰히 따져볼 일이다.
기존의 경제5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위의 두가지 요건을 살펴보고, 부족함이 많다면 재계 대표로서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일본이 UN 상임이사국이 못되는 이유도 똑같은 것이다. 그렇다면 전경련은 어찌 보아야 하나.
첫째, 회원 수가 수백 곳에 불과하니 양적인 대표성이 빈약하다. 전경련의 주장은 결코 재계를 대변하는 입장이 될 수 없다.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대기업 오너들을 회장단으로 모시고 있어 그 힘이 막강하지만 핵심인 4대 그룹 총수들은 주변을 맴돌 뿐이다. 회장직을 기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장단 회의에도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독자들의 PICK!
둘째, 명예로운 부를 상징하고 그 부를 사회와 나누는 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요즘 '재계 수장' 또는 '재계의 총본산'이라는 전경련이 바로 이런 문제로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이른바 '정체성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어떤 단체든 존재 이유가 분명치 않다면 자진 해산하는 게 옳다. 그게 아니라면 확실하게 거듭나야 한다. 그 답은 아마 '명예로운 기업'에 있을 것이다.
전경련은 성공한 기업의 존경받은 기업가만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회원 자격기준을 완전히 뜯어 고쳐야 한다. 회원들이 할 일은 한국 경제에 희망을 심고, 감동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새사옥을 짓는 것은 나중 일이다.
전경련의 회원사가 되는 것 자체가 '가문의 영광'이 되도록 만들어야 전경련은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