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한덕수와 로버트 루빈

[광화문]한덕수와 로버트 루빈

정희경 경제부장
2005.06.02 08:59

[광화문]한덕수와 로버트 루빈

한덕수 부총리는 한국 경제에 관한 한 제일의 대변인이다. 다른 경제부처 장관들이 현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말하더라도 부총리 발언을 이기지 못한다.

이런 무게는 경제부처를 총괄하도록 재정경제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한 제도 때문 만은 아니다. 직위를 떠나 재경부 장관이 재정 및 조세정책, 각종 경제 문제 등에 대한 대통령의 시각을 대변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목표(5%)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 등 최근 한 부총리의 발언은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 위기 의식을 갖기 시작했느냐 점에서 그렇다.

노 대통령은 4월 중순 터키를 방문한 자리에서 "물가든 외환이든 경제성장률이든 실업률이든 모든 측면에 있어 한국경제는 완전히 회복됐다"고 선언했다. 노 대통령이 불과 한달 만에 경제 인식을 바꿀 만큼 그 사이 중대한 변화가 있었나. 사실 없었다.

한 부총리의 `대변` 대로, 노 대통령이 경제의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면 다소 늦었지만 민간의 우려 섞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것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

정부의 낙관과 달리 그간 고유가와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대외 불안 요인과 국내 투자 위축 등으로 올해 경제 성장이 간단치 않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때문이다.

물론 한 부총리의 발언이 노 대통령의 경제관을 정확히 대변한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를 포함해 행정부내 경제 인식 차에 대한 문제 제기 차원인 지는 분명치 않다.

전 자의 경우라면 범 정부 차원의 경제 살리기 노력이 가시화할 수 있겠지만, 후 자라면 담뱃값 인상, 수도권 입지 규제, 부동산 정책 등에서 노출되는 '엇박자'는 이른 시일 내 해소되기 어렵다.

어느 쪽이든 부총리의 책임은 막중해 진다. 전 자 라면 부처를 아울러 경제 회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만일 청와대나 경제 부처 일각에서 한 부총리 만큼 위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식을 공유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 수단 중 하나는 로버트 루빈 전 미 재무장관의 방식이다. "장관으로서 성공하려면 백악관과 능숙하게 업무조율을 해야 한다. 30대에 불과한 백악관 참모들이 정책 결정에 (나 보다)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백악관과 부처는 협조적인 관계일 수 있으나 때로 무시하거나 심지어 싸움을 벌인다."

미 재무부 사상 초대 알렉산더 해밀튼 이후 최고로 꼽히는 루빈은 이런 판단에 따라 매일 오전 7시30분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 자청해 참석했다.

이른 시간 회의 참석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고, 다른 각료가 참석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재무부가 많은 사안에 발을 담그고 있기 때문이라고 루빈은 술회했다.

그는 이 모임 참석이 `정신분열적` 문제를 해소해 주었고, 모든 일이 잘 풀리도록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루빈의 회고록 제목 만큼 `불확실한 세계`와 맞닥드린 지금 경제수장의 적극적인 역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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