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콘텐츠 사냥법

[광화문]콘텐츠 사냥법

김영권 정보과학부장겸 특집기획부장
2005.06.09 12:15

[광화문]콘텐츠 사냥법

미니홈피 1등(싸이월드), 방송국 설립(TU미디어), 메신저 1등(네이트온), 드라마 제작시장 진출(IHQ), 대형 음반업체 인수(YBM서울음반)….

무선통신 시장의 절대 강자, SK텔레콤이 요즘 벌인 일들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게임(GXG)과 음악(멜론) 포털을 만들고, 1000억원대 엔터테인먼트-음악 펀드도 조성했다. 메이저 게임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도 예상된다. SK텔레콤이 통신서비스 업체인지 종합 멀티미디어 그룹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SK텔레콤이 구축한 강력한 네트워크에 SK커뮤니케이션즈와 TU미디어를 양 날개(플랫폼)로 두고 그 밑에 다양한 컨텐츠 제공업체들을 거느리는 모양새가 제법 그럴 듯 하다.

휴대폰 '스카이'를 만드는 SK텔레텍을 팬택에 넘긴 것도 절묘하다. 낌새를 느낄만한 조짐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총수 차원에서 결단을 내렸으니 '깜짝쇼'가 아닐 수 없다. SK텔레텍 직원들은 섭섭함도 감추지 않고 있다. 무선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제조업을 아우르겠다는 야망을 품고 거센 반대에 맞서 10년을 키워 온 회사를 라이벌에게 넘겼으니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제조업체를 포기하는 대신 매각대금 3000억원을 챙겨 다른 일들을 도모할 여지가 크다면 써볼만한 전략이다.

유선과 무선, 통신과 방송이 만나 융합하는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SK텔레콤의 이런 변신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네트워크ㅡ플랫폼ㅡ컨텐츠를 수직계열화하려는 전략은 21세기의 새로운 기업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림이 좋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경영능력이다.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네트워크 시장과는 생리가 완전히 다르다. 영화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등 갈래는 많지만 업종 크기는 고만고만하다. 시장은 '끼' 있는 사람들이 모여 열기를 뿜어내는 비정형화된 구조다. '대박'은 있지만 리더는 없다.

이런 시장에 '돈보따리'를 든 거인이 나타났으니 눈길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 반응은 '눈먼 돈이 온다' 아니면 '물을 흐린다' 둘중 하나다. 돈 많은 SK텔레콤이 콘텐츠 업체들을 '쇼핑'하고 있다는 삐딱한 시선을 떨쳐내려면 시장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어야 한다.

수직계열화가 갖는 폐쇄성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SK텔레콤의 우산 아래 모인 회사들만 사이좋게 네트워크를 사용하고, 플랫폼을 공유하고, 콘텐츠를 독점하는 식이 되서는 곤란하다.

SK텔레콤은 아니라고 해도 그들이 짜고 있는 편대의 모습에는 그같은 흔적이 있다. 천신만고 끝에 위성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본방송을 시작했는데 KBS MBC SBS가 지상파 재전송 불가를 외치며 뒷다리를 잡고 있으니 콘텐츠에 목마르고 조급할만도 하다. 하지만 급히 먹는 밥은 체한다.

네트워크와 정거장(플랫폼)은 항상 열려 있어야 강하다. 그래야 콘텐츠와 손님이 북적거리고 그 힘으로 더 발전한다. 자기 편만 모이는 방식으로는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

수많은 사람들과 수많은 콘텐츠가 즐겁게 교류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막강하고 효율적인 열린 시스템, SK텔레콤 실험의 성공여부는 결국 이것을 만드는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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