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술과 고기가 넘쳐난' 연회?

[기고] '술과 고기가 넘쳐난' 연회?

권석하 임컨설팅 대표
2005.06.10 15:47

[기고] '술과 고기가 넘쳐난' 연회?

영국의 시스템은 실리를 위해 명분을 교묘하게 잘 포장해 이용한다. 예를 들면 영국의 여왕을 비롯한 사회 지도인사들은 각종 모임에 많이 초대되어 가는데, 그 참석료나 강연료를 자신이 지정하거나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자선 단체에 기증하는 조건이다.

또 국가 공공기관의 장소를 빌려 주어 수익을 얻거나 특정한 국가 이익을 위한 모임의 장소로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대영박물관의 가장 중심인 파르테논 신전의 엘진 마블을 전시한 홀은 대의명분만 맞는다면 각종 모임의 장소로 빌려서 사용 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박물관, 미술관이 다 마찮가지이고, 심지어는 문화재인 각지의 고성이나 궁궐도 조건만 맞는다면 대여가 이루어 진다.

다른 예이긴 하지만, 영국여왕이 주는 각종 작위도 사실은 실리와 명분이 교묘히 조화된 고도의 정치행위이다. 특히 외국인에게 주는 일부 작위는 돈 한푼 드는 것도 아니면서도, 국가이익에 도움이 될 만한 외국인들을 영국의 친구로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실리를 위해 명분을 조금 비트는 그런 타협에 조금 서툰 것같다.

지난 주 코엑스에서 전 세계의 88개국의 언론인 1200여명이 모인 세계신문인협회 연차총회가 열렸다. 어느 국제회의가 중요하지 않으랴 만은 이 국제회의는 일반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굉장히 중요한 회의였다. 참석한 면면을 일일이 따지자면 그들이 개별적으로 방문했다면 최소한 홍보관련 장관이 영접해야 할 정도의 중요한 소위 말하는 세계적인 `오피니언 리더' 였다. 그들의 우리에 대한 인상이 그들 나라 여론에 미칠 영향은 아무리 강조를 해도 지나칠 수가 없다.

그 4박5일 동안 내가 아는 한 그들이 짧은 기간 안에 경제적인 발전과 괄목할 할만한 인권신장을 이룬 우리에게 경의와 존경을 표하는 것을 보고 뿌듯했고, 창경궁에서의 마지막 밤 연회를 끝으로 성공적인 회의를 마쳤을 때 기분이 참 좋았다.

그런데 다음 날 국내 일부 방송에서 그 연회가 "술과 고기가 넘쳐 난 술판"이라고 매도를 하는 것을 보고는 그 선정적인 왜곡의 도에 너무 놀랐다. 마치 주지육림인듯 묘사한 그날의 `술'은 십여명이 앉는 한 테이블마다 겨우 한 두병이 배당된 포도주 뿐이었고, "넘쳐난다"는 고기라 그래봐야 정말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을 수준의 비프 스테이크 한 덩이 뿐이었다면 시청자들은 믿을까?

그 알량한 스테이크 마저도 지난 3일동안 정말 야채하나 달라진 것 없이 똑 같이 나와 기가 막혔는데, 그 날 저녁 마저 하나도 다름이 없어 네끼를 울며 겨자 먹기로 먹었다는 사실을 기자는 아는지 모르겠다.

물론 이것은 그 기자가 창경궁의 역사적인 의의를 잘 모르는 몰지각한(담배꽁초

몇개와 품계석에 올라 사진 찍은 행위를 두고한 한 기자의 평) 외국 언론사주(사주들 모임이라고 하지만 실제 편집인이나 관련인이 더 많았다)들에게 우리 임금님과 그 신하들의 "신성한" 모임 장소가 제공된데 대한 기자의 분노때문이라고 여겨진다.

그들이 오피니언 리더라 잘 보여야 한다는 그런 얄팍한 계산만이 아니라도 이 세상에서 가장 호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이웃 그것도 하나가 아닌 넷(중국,러시아, 일본,북한) 사이에서 용케도 지금까지 살아 남을 수 있었고,또 살아 남기 위해서 우리는 많은 `먼 이웃'을 우리의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서는 목슴을 내 놓는 그런 자존심과 동시에 `삼전도의 굴욕' 처럼 바람이 불 때는 누울 줄 아는 대나무의 슬기도 배워야 한다.

우연히도 그 친구들이 대가 없이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친구들었이었다면, 명분을 조금 비틀어도 우리의 자존심이 그렇게 상하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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