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의심받는 아파트 투기대책
노무현 정부가 집 투기를 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못잡는 척 한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집값을 떨어뜨렸다가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5%는 고사하고 4%도 안될 것이란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같다. 경기가 나빠지면 돈을 풀어 경기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경제정책의 고충이 있다. 이때문에 집 투기가 일어나도 애써 막기보다 은근히 방치하는 겉과 속이 다른 정책이 나오기 쉽다.
집 투기가 광기를 더해가는 것은 이런 속성을 아는 사람은 다 알기 때문이다. 무속인 한 사람이 134억원을 대출받아 강남아파트 36채를 사재기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정부가 투기를 사실상 방조하고 은행들은 값싼 이자로 판돈을 대며 이자 수익을 즐기고 있다.
우당땅땅 서슬퍼런 투기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지만 투기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백약이 무효란 자포자기 심정마저 들지만 정부 실무자들이 일부러 변죽만 울린다는 혐의를 지울 수 없다. 국세청이 세무조사의 칼을 휘두르지만 세금 꼬박꼬박 내면서도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는 데 겁낼 리 없다.
또한 아파트가 1채든 여러 채든 무조건 보유세를 중과하겠다는 무리한 정책을 발표할 때 투기하는 사람들은 `이런 정책은 오래 못간다'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슬그머니 부동산 보유세를 전년의 50% 이상 못올리게 상한선을 긋는 등 실제 부담을 덜어주는 후속조치가 이어졌다.
행자부는 아예 보유세 증가액 상한선 50%를사실상 10%로 낮추는 조치를 취했다. 올해 보유세 총액이 전체 10%선에서 증가토록 토지과표 인상분을 조정키로 하고 시·군·구 조례를 통해 세금을 감면해주는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이다. 최근 잠잠하던 강남 아파트값이 느닷없이 급등한 이유가 뭔가 했더니 그 이유가 있었다.
앞으론 엄포를 놓고 뒤로는 이리 빼주고 저리 낮춰주는 식이니 누가 정부의 투기대책을 믿을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이 과연 이런 실무자들의 행태를 제대로 알기나 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이런 선무당들이 눈속임 칼춤을 추는 동안 진짜 무속인은 36채 아파트를 사재기한 것이다.
세금으로 투기를 잡으려면 무엇보다 설득력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실수요로 산 집이나 가수요로 산 집이나, 양도세나 보유세를 모두 왕창 올려놓으니 오히려 실행 의지를 의심받는다. 정권이 바뀌든 경제여건이 나쁘든 좋든 변함없이 추진될 정책을 세워야 그 효과가 살아난다. `이 정책은 오래 가겠구나'하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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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적으로 주택 관련 세금을 중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것이 아니라 실수요에는 세금을 크게 줄여주고 가수요에는 더욱 중과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다주택 보유세를 더욱 중과하되 거래세를 줄여 기존 주택의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도 급선무다.
민유성 리먼브러더스 한국대표는 "캐나다의 경우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사람의 경우 자기가 살 집으로 지정하는 1채에 대해서는 보유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되 나머지 집에 대해서는 중과해 주택 공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집이 1채밖에 없는 실수요자에게 투기꾼에 준하는 세금을 물리는 비합리성이 결국 여러 채를 갖고 투기하는 가수요자에게 세금을 중과할 수 있는 명분까지 헤치는 것이다.
강남에 36채의 아파트를 가진 사람이 35채를 매물로 내놓도록 한다면 새로 짓지 않고도 1개 동을 분양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강남 주택 거래자의 70%가 사재기용 가수요라는 조사결과를 건교부가 발표한 바 있다. 사재기한 70% 아파트들이 공급시장에 나오도록 한다면 판교와 같은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경제운용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투기에 의지해서라도 경기 불씨를 살려보고 싶은 유혹을 떨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투기에 의존에 경제를 운용하는 것은 자신이 정책을 맡고 있는 동안에만 궂은 일을 피하고 결국 다음 세대에 후유증을 떠안기는 도덕적 해이와 다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