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포인트]기대와 경계 사이
국제 유가가 사상최고치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조정의 빌미를 제공하며 증시는 2일째 조정 중이다. 종합주가지수는 다시 1000포인트를 반납했고 코스닥지수는 500 도전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당분간은 분위기를 봐가며 지지선을 찾는 과정이 이어질 것이란 의견이 많다.
수급상으로도 취약한 상태다. 차익매수가 시장을 떠받칠 뿐 차익 매물로 인한 비차익매도, 외국인 매도 증가,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할 경우 기관의 매도 전환 등이 수급을 약화시키고 있다. 떨어지면 늘 들어오던 저가 매수세를 기대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낙폭이 확대 중이다.
이영원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조정의 표면적인 이유는 유가이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증시가 뚜렷한 동력 없이 1000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라며 "이유 없이 올라왔으므로 1000을 넘어서며 시장 탄력이 줄었다"고 지적했다. 큰 악재가 부각되며 시장이 하락한다기보다는 시장을 끌어올렸던 방어주, 통신주 등이 주춤하면서 조정이 나타났다는 의견이다.
이 팀장은 "유가가 60달러에서 더 크게 오를 것 같지는 않다"며 "유가가 단기적으로 부담은 되겠지만 시장을 꺾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 주도주를 찾으며 자연스러운 기간 조정의 과정을 거칠 것이란 전망이다.
조정의 강도에 대해서는 종합지수 940~950까지는 열어둬야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양경식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프로그램 매수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지만 프로그램 매수를 믿을만하진 않다"며 "유가 상승 압력에 수급마저 취약해 2주 정도 940~950까지 하락하는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영 연구원은 "외국인이 오늘 많이 팔고 있는게 눈에 띄고 국내 기관도 프로그램 매수분을 제외하면 사실상 순매도"라고 지적했다. 외국인이 대만 증시에서는 공격적인 매수를 계속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서는 매도 우위를 지속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특별히 대만을 좋게 보기 때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대만 증시에서는 외국인 비중이 20% 남짓인데 반해 국내에서는 40%가 넘는다는 것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이다. MSCI지수내 한국과 대만의 비중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시가총액 대비 투자 비중을 따졌을 때 국내 증시에서의 추가 매수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는 의견이다.
독자들의 PICK!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도 조정이 좀더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오 연구위원은 "오늘까지 2일 하락했는데 이것으로 조정이 끝났다고 할 수는 없다"며 "유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고도 보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지지부진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은 현재 시장이 나쁜 시나리오와 좋은 시나리오 사이에서 결정을 못 내리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쁜 시나리오란 조정이 실적 발표 시즌까지 이어지는 것이고 좋은 시나리오란 기술적으로 지지를 받고 반등, 1000선을 재탈환하는 것이다.
오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은 기대와 경계 사이에서 확실한 답을 못 찾았으며 현재로서는 기대와 경계 사이에서 지지선을 모색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문제는 나쁜 시나리오쪽으로 전개될 때 시장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 투자자문사 사장은 "전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서 시장이 오르는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본격적으로 긴축하지 않는다면 돈의 힘 때문에 쉽게 빠지진 않겠지만 펀더멘털로 보면 시장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돈의 힘 때문에 오르니 펀더멘털상에서 미심쩍은 부분이 있어도 조마조마해 하면서 따라간다"며 "유동성으로 움직이는 수급장에서는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2분기 기업 실적 부진 등 악재가 유동성 때문에 시장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또 "돈의 힘으로 주가가 오르고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향후 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증가세 반전에 대한 선반영이라고 해석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런 낙관론은 아직 기대감일 뿐 뚜렷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기대감이 실현되면 시장은 탄탄하게 오르겠지만 실망으로 나타난다면 상당한 조정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 이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미국 부동산 버블이 심각한 상태라고 보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가 올해보다 내년이 더 나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돈이 갈데가 없는데다 정부가 부동산은 좀 가라앉히고 증시는 살리자는 입장이기 때문에 유동성으로 인해 시장이 버티고 있는데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적립식펀드로는 자금이 계속 들어오지만 기존에 펀드에 가입했던 돈은 최근 환매가 많다"며 "최근 펀드를 환매하는 사람들은 결국 하반기 경기 회복을 확신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시장에 기대도 있지만 경계감도 있어 1000에 쉽게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