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버블에 익숙해질 때"
"펀드매니저들이 싼 종목이 없다고 우는 소리를 한다. 그럴 때면 강남 집값을 생각해 보라고 말해준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의 말이다.
바야흐로 자산 거품(버블)에 익숙해져야 할 때가 왔다. 올해 상장사 주당순이익(EPS) 기준 평균 주가수익배율(PER)은 8배 수준이지만, 서울지역 부동산의 PER은 26배(월세 기준)에 달한다.(한국투자증권 분석)
물론 주식과 부동산을 같은 기준에 놓는 것은 무리가 있다.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고 있을 때와 도곡동 궁전에 살고 있을 때 느끼는 만족감은 비교가 안 된다. 위험할인율(리스크 프리미엄)에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자산의 랠리는 언젠가 끝나는 법이다. 그곳에 몰려 있던 자금 역시 결국은 보다 싼 자산으로 몰려가 자산 가격 간의 균형을 회복하게 마련이다.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도 언젠가는 편익과 리스크 프리미엄 등을 고려한 적정한 수준에서 균형점을 찾게 될 것이다.
정부도 부동산 자금을 증시로 끌어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만약 정부의 바램대로 부동산 자금이 증시로 몰려온다면, 그때는 주식시장 역시 버블을 만들며 치솟을 수 있다.
부동산 버블은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대부분의 선진국 정부들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그 자금을 증시로 불러들이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연말쯤 부동산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에 최근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되 경착륙은 막아야 한다는 것. 스웨덴의 중앙은행인 릭스뱅크이 지난 21일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전격 인하하고 , 영국 영란은행 정책위원회에서 금리인하 문제가 논의된 것도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앨런 그린스펀 FRB 의장은 자신의 임기 중 부동산 시장이 급하게 꺽이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정책금리 인상은 최고 3.75%까지 올리는 수준에서 일단락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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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최근 FRB가 올해말 또는 내년초 오히려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만약 미국 등 각국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면, 이번 경기 사이클에서도 전세계 과잉유동성은 여전히 정리되지 않은 채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살아남은 유동성은 부동산을 떠나더라도 주식, 채권, 원유 등 다른 자산에 거품을 만들며 다시 한번 자기증식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만약 주식시장의 유동성 랠리가 한층 더 강화되더라도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그로 인한 펀더멘털과의 괴리 문제는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남을 공산이 크다.
이상재 현대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스웨덴 등 유럽지역에서 금리인하 움직임이 일어나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나쁘다는 뜻"이라며 "일단은 미국이 견조한 경기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큰 문제는 없겠지만, 중국의 성장률 둔화 가능성 등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식의 리스크프리미엄이 작아진다
국제유가가 장중 60달러대로 급등한 가운데 프로그램 매도까지 겹치며 종합주가지수가 사흘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24일 코스피시장(옛 거래소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8.37포인트(0.83%) 떨어진 1002.43으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은 이날 4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도 296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반면 기관은 939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프로그램이 1534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거래대금은 2조7074억원으로 전날보다 소폭 줄었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이 장중 60달러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는 소식이 증시에 부담을 안겼다. 전날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물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60.05달러까지 뛰어오른 뒤 전날보다 1.33달러 오른 59.42달러로 장을 마쳤다.
한가람투자자문 박 사장은 "펀더멘털과의 괴리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동성이 워낙 풍부한 만큼 주식시장이 쉽게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시장 PER 10배 수준인 종합주가지수 1200 정도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이 팀장은 "다음주 발표될 미국 실물경기 지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현재 미국의 소비와 투자는 견조한 상황이고, 6월 고용시표 역시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편 김세중 한국증권 선임연구원은 "장기적으로 한국 주식에 대한 요구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주식에 대한 재평가(Re-rating)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적립식 펀드의 확대와 주가의 변동성 축소는 주식의 리스트 프리미엄을 낮춰 요구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요구수익률이 낮아지면 주가수익배율(PER)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재평가를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통상 PER은 배당성향을 '요구수익률-장기안정성장률'로 나눠서 계산하는데, 요구수익률이 낮아지면 분모가 작아지면서 PER은 높아지게 된다.
김 선임연구원은 "PER은 요구수익률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지난해 8월 이후 한국 증시가 구조적 변화를 거치면서 요구수익률이 떨이지고 주가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