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 “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머투초대석] “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최석환 기자
2005.06.27 10:16

[머투초대석] “혁신의 패러다임을 바꾼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대기업이 아닌 관세청의 최대 화두다. 관세청은 ‘초일류’라는 목표를 내 걸고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노력 덕분에 지난해 49개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업무평가에서 ‘혁신분야 1위’에 올라섰다.

각 부처가 '혁신'에 매달리다 보니 1위 수성은 간단치 않다. 지난 2일 수장에 오른 성윤갑 청장은 가장 먼저 고객 센터(콜센터)를 찾았다. 단순히 불평 없는 서비스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고, '불편하게 한 것도 서비스 결함'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이전 과는 차원이 다른 노력을 기울여야 혁신 1위를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취임 일성이 '6 시그마' 였던 것은 그 연장선에 있다.

성 청장은 “며느리(직원)가 시어머니(고객)에게 잘하도록 하려면 남편(관리자)이 며느리에게 잘해줘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그의 조직 관리 원칙이다. 그를 만나 취임 이후 새롭게 구상하고 있는 혁신에 대한 철학과 관세행정의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혁신 1등 부처라는 평가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닐텐데요.

▶ 취임 이후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지난해 관세청이 달성한 혁신활동 1위 부처라는 성과였습니다. 지난 2003년부터 초일류세관을 목표로 통관시간 단축, 여행자 입국절차 간소화 등의 혁신을 추진해오고 있어 신임 청장으로서 뚜렷한 혁신과제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혁신의 질을 한 단계 높여보자'는 것이었죠.

- 혁신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 잘 와닿지 않는데, 어떤 것입니까

▶이제는 혁신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통계적인 틀을 만들어 과학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봅니다. 보다 심화되고 품질 높은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혁신도구와 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이런 고민 끝에 찾아낸 해답이 바로 최근 많은 기업에서 경영에 접목하고 있는 '6시그마’입니다.

- ‘6 시그마’는 정부 기관에 좀 생소해 보입니다.

▶ 6 시그마는 제조업 현장이나 기업 경영에 주로 적용돼 왔고, 정부 행정 기관들은 그다지 눈여겨 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정부 혁신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벗어나 체계적이고 통계적인 틀을 만들어 과학적으로 접근할 때라고 봅니다.

- 행정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습니까.

▶‘6 시그마’의 핵심은 생산 현장에서 100만건 당 3건 내외의 불량이 존재하는 수준으로 품질을 놓여 고객 만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기업의 가치를 높여가는 것입니다. 서비스 부문에서 보면 불량, 결함은 고객의 불만이 될 테고, 이를 같은 정도로 최소화하는 것이 될 수 있겠죠.

-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우선 1단계로 관세 행정의 결함을 찾아내 이를 프로젝트로 선정한 후, 2단계로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마련합니다. 3단계에서는 결함이 발생한 핵심요인을 분석하고 4단계에서 고객들의 불만이 발생하지 않도록 서비스를 개선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과정을 표준화해 지속적인 혁신과제로 피드백한다는 것이 저의 구상입니다.

- 최근 공항의 출입국 수속이 빨라진 것 같습니다.

▶공항은 그 나라의 첫 인상을 좌우하는 얼굴 같은 곳입니다. 그간 입국자들의 불편을 줄이려 노력한 끝에 2003년 45분 걸리던 공항 통관 시간이 20분대로 줄었습니다. 또 지난 2일부터 일반 여행자가 400 달러가 넘는 물품을 반입해도 간이절차에 의해 현장에서 세금만 내면 10분만에 통관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습니다.

- '물류 허브'를 지향하는 공항들은 ‘원스톱 통관’을 강조합니다.

▶올해 저희가 가장 힘쓰는 분야입니다. 입국 수속에 세관, 출입국관리소, 검역대 등 3가지 검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원-스톱 통관시스템(Single Window)’ 구축에 만전을 기할 방침입니다. 한번의 신고로 다른 부서의 신고까지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공항이나 항만에 있는 물류관련 기관들과의 협조를 통해 원터치(One-touch)로 통관이 끝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 세관 서비스는 수출 경쟁력의 한 요인이라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난해 인터넷으로 수출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데 이어 올해 수입 신고는 물론 환급까지도 인터넷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수출기업들이 관세사 등 유관 단체를 거치지 않고 자유롭게 무역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업체별 수입화물 처리시간을 조사해 통보해주는 ‘업체별 통관소요시간조회제도’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 서비스 개선에는 인프라도 뒷받침돼야 할 것 같습니다만.

▶항만이나 공항시설도 서비스 개선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관계 기관과 정례 협의를 통해 공조 방안 등을 늘 점검하고 있습니다.

-최근 관세청이 역할이 달라지고 있습니까.

▶자유무역협정(FTA) 확산 등 국제 무역흐름상 징수기관으로서의 관세청의 역할은 점차 축소될 것입니다. 앞으로는 원활한 물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밀수방지·원산지확인 등 안정적인 무역환경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부터는 이 런 변화에 맞춰 마약 등 위해 물품의 반입 차단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 중장기비전으로 ‘보이지 않는 세관’을 강조하고 계신데요.

▶디지털 시대의 미래는 누구나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필요한 정보와 서비스를 공유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네트워크’로 요약됩니다. 이에 맞춰 관세청도 ‘보이지 않는 세관(Invisible U-Customs)’을 추진키로 했습니다. 현재 2010년 완성을 목표로 세부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구체적으로는.

▶인터넷 통관 포털과 쌍방향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U-클리어런스(Clearance), 중단 없는 물류처리와 화물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U-로지스틱스(Logistics)’로 구성됩니다. 또한 사전에 여행객과 화물정보를 입수해 미리 위험을 식별하는 ‘U-시큐어리티(Security)’, 물류와 통관의 원-스톱 서비스 등이 가능한 ‘U-인포메이션(Information)’이 더해지게 됩니다.

- 앞서 ‘MFCS행정’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올해 관세행정의 혁신 방향은 서비스(Products)와 프로세스(Process)의 혁신입니다. 여기에 조직과 인력(Personnel), 정보 인프라(Information Infra)의 혁신을 함께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관세청은 이 목표 달성을 위해 ‘직원중심(Man-power)’, ‘현장중심(Field-operation)’, ‘고객중심(Customer-first)’, ‘성과중심(Success-reward)’의 첫 글자를 딴 ‘MFCS행정’에 힘쓰고 있습니다.

-‘직원중심(Man-power)’ 행정은 무엇입니까.

▶잘 아시다시피 세계의 기업들이 '인재확보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인재육성은 선택이 아니라 절대적인 과제가 됐고 인재를 키우지 못하거나 키우지 않는 관리자는 무능한 관리자라고 단언합니다. 관세청도 경쟁력 있는 직원을 키우기 위해 성과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 상위 5~10%는 우대관리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능력 개발프로그램을 통해 조직에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석환 산업1부장

"위대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던 셰익스피어의 말을 마음에 담고, '시(詩)처럼 사는 삶(Deep Life)'을 꿈꿉니다. 그리고 오늘밤도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 적어둔 "이 세상에서 부유한 사람은 상인이나 지주가 아니라, 밤에 별 밑에서 강렬한 경이감을 맛보거나 다른사람의 고통을 해석하고 덮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란 글을 곱씹으며 잠을 청합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