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전략]유가, 냉정하게 바라보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서울 증시가 다시 한번 국제유가에 짓눌렸다. 종합주가지수는 1000선을 내주고 990대 초반으로 되밀렸다.
"국제유가, 60달러 돌파." 앞자리 수가 5에서 6으로 바뀌는 시각적 효과는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배럴당 60달러는 과연 글로벌 경기 혹은 상장사 전체 이익에 큰 충격을 줄만한 수준일까? 60달러 혹은 70달러 등 숫자 자체를 넘어 그것이 가지는 의미와 영향에 대해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물가상승률을 고려할 때,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 배럴당 60달러는 역사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일까?
홍기석 삼성증권 증권조사파트장은 " WTI 가격은 1982년 2차 오일쇼크 당시 배럴당 35달러까지 올랐다"며 "이후 23년 동안의 물가상승을 고려해 현재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이는 85달러 이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계산할 경우 지금의 유가는 1991년 걸프 전쟁 당시보다 낮고, 1995년 이후 박스권 상단에 해당한다고 홍 파트장은 전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경험해본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유가의 상승속도는 어떨까?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률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높지 않은 수준이다.
고유선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분기별 평균 유가를 전년동기와 비교할 때 유가 상승률은 지난해 2/4분기 33%, 3/4분기 45%, 4/4분기 55%에 달했다"며 "반면 올들어서는 1/4분기 42%, 2/4분기 44% 수준이고, 60달러를 기준으로 잡을 경우 3/4분기는 37%에 그친다"고 밝혔다. 올해와 같은 속도라면 미국의 소비자물가를 크게 자극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가상승이 상장사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WTI 가격이 70달러 이상 수준을 12개월 이상 유지할 경우 국내 상장사 주당순이익(EPS)은 약 8~10% 줄어드는 효과가 생긴다. 반면 일시적으로 60달러를 넘나드는 수준이라면 EPS 감소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삼성증권은 분석했다.
어쨌든 당장은 유가가 글로벌 경기 혹은 상장사 이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내다보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독자들의 PICK!
문제는 유가가 미국 등의 소비에 충격을 주는 임계점이 어느 수준이냐는 것이다. 유가상승이 소비자 물가나 소비 심리에 충격을 주는 징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물론 WTI 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고, 두바이유가 60달러를 넘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높은 유가 수준이 원유 수요 둔화를 불러와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유가가 저절로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반면 세계석유수출국기구(OPEC) 가운데 2위 산유국인 이란에서 핵 전력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대통령이 당선된 점 등이 유가 랠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당분간은 숫자에 현혹되지 않는 냉정한 자세를 유지하되, 국제 유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필요가 있다.
유동성의 힘, 어디까지?
종합주가지수가 프로그램 매물에 밀려 1000포인트선을 반납했다.
27일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24일)보다 11.32포인트 떨어진 991.11로 장을 마쳤다. 장중 990선을 밑돌기도 했으나 개인과 외국인의 매수세 전환으로 간신히 990선을 지켰다. 거래대금은 2조41137억원으로 전날(2조7074억원)보다 줄었다.
지난주 말 미 증시가 하락한 데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드는 초강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외국인이 463억원 어치를 순매수한 가운데 개인도 1001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이며 모첨 대규모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기관은 1758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는데, 프로그램 순매도가 1603억원을 차지했다.
삼성증권 홍 파트장은 "유가급등에 따른 부담으로 종합주가지수가 밀리고 있는데, 970 정도까지는 갈 수 있다고 본다"며 "삼성전자의 실적이 부정적으로 나온다면 추가로 하락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번에 바닥을 찍은 뒤에는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경식 대신증권 수석연구원은 "지난 2주일 동안 유동성의 힘이 주식시장의 상승을 이끌왔지만 점차 펀더멘털의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며 "유동성의 승리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의 옵션 내재변동성(VIX)이 직전 저점까지 내려왔다가 위로 올라가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의 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옵션 내재변동성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은 시장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투자자들이 악재에 민감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옵션 내재변동성이 올라갈 때는 증시가 조정을 받고 고점을 치고 떨어지기 시작하면 증시가 반등하는 경향이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