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칭찬은 기업을 뛰게한다
세계의 대표기업 시리즈를 읽으면서 대기업들이 여전히 국가를 앞세우고 국민기업으로서 사랑받고자 애쓰지만 한편으로 글로벌 기업, 나아가서 무국적기업으로의 변신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이는 각 기업이 소재한 지역에서 사회친화적인 경영행태를 보이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오늘날 대기업들이 일국의 수요에만 의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음부터 수출주도 성장전략을 통해 고도성장을 이룩해왔던 우리 대기업 또한 마찬가지다. 일부는 세계 대표기업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고 글로벌 경영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기업을 지향한다면 시장잠재력이 큰 곳, 기업하기 좋은 곳에 생산과 기술개발의 거점을 정하고 투자를 확대하며 심지어 본사를 위치시키고 범세계적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는 경영전략 대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자국기업의 지원과 해외기업유치를 위한 국가간 경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앞다퉈 조성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과 시민들의 신뢰에 힘입어 시장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은 성장과정에서 일자리 제공과 납세 그리고 사회기여를 통해 환원한다.
활기있는 지역사회와 성장하는 국가경제의 이면에는 이들 대표기업이 자리한 경우가 많다. 미국경제 생산성향상의 1/8은 월마트가 담당했으며 독일과 일본경제가 침체를 벗고 성장세를 유지한 데에는 BMW와 토요타자동차의 높은 성장이 배경에 있다. 스웨던과 핀란드경제의 성장은 대표기업의 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이들 나라에서 대기업의 성장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는 시민은 드물다.
이와는 달리 한국경제사관학교의 우등생인 '재벌'과 정경유착 관행에 안주했던 기업인들에 대한 비판에 치우쳐 그들이 경제성장전략의 도구로서 창의와 근면의 미덕을 살려 국가경제에 기여한 바는 망각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과거 한국정부는 정책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능력있는 경영자를 선택하는 방식을 취했다. 정부로부터 배분받은 정책자원을 성공적으로 활용하여 경제성장을 선도한 기업인들에게는 더 많은 과제가 주어졌다. 그러나 흔히 그러한 과정에서 형성된 재벌이라는 기업형태와 정경유착사례들이 비난의 대상이 돼왔다. 또 관련된 기업인들은 사법적 단죄의 대상에 그치지 않고 국민정서적 부담을 안아온 것이 사실이다.
경제개발단계를 주도했던 기업과 기업인들의 각 성장단계에서의 기여를 제대로 평가하고 명예를 지켜주는 일은 기업가의 재능을 최대한 발휘케하고 그 성취의 혜택을 받아낼 정부와 국민들의 합리적 선택이다. 그것이 국내 대기업들이 세계의 대표기업으로 커갈 수 있는 토양이 되고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근대최고의 발명품인 기업의 무한한 가능성과 기업가의 재능을 최대한 국가경제의 과실로 연계하는 국민적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