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비맥주와 상도의

[기자수첩]오비맥주와 상도의

원정호 기자
2005.07.15 08:16

[기자수첩]오비맥주와 상도의

'하이트맥주 얘기는 하지말 것.' 김준영 오비맥주 사장은 지난 13일 저녁 기자간담회에 앞서 배석 임원들에게 이런 내용을 주지시켰다.

20일로 예정된 공정위의 하이트맥주-진로 결합심사 판단을 앞둔 미묘한 시점이어서 자칫 모임 의도가 '반대 여론몰이'로 오해받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였다. 이날 자리는 김 사장 취임 이후 오비의 경영 및 마케팅 전략을 설명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하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하이트의 진로 인수 여파에 쏠렸고, 결국 김 사장은 본인 스스로 이 약속을 깼다.

김 사장 발언을 요약하면 시장점유율 58%의 하이트맥주가 시장 점유율 56%의 진로를 인수하면 주류 유통망을 장악, 끼워팔기 등을 통해 시장 질서를 왜곡할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오비맥주가 수도권에서 강세였는데 하이트가 이 지역 점유율 90%인 진로 소주를 앞세워 도매상에 입김을 넣으면 오비맥주에 타격을 주므로 하이트에 진로를 주면 안된다는 것이다.

김 사장의 이런 강변은 언뜻보면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오비와 하이트의 50년 전쟁사를 들여다보면 고개를 가로젓게 된다. 옛 조선맥주가 하이트맥주를 출시하며 업계 판도를 뒤집어놓은 것은 지난 93년부터. 그 이전까지 무려 40여년간 오비는 70%의 시장 지배를 누려왔다.

이런 악조건에서 마케팅과 영업력을 키워 판을 바꾼 것이 하이트맥주다. 타사가 유통망을 장악하더라도 좋은 제품으로 승부하면 고객이 알아준다는 교훈을 오비가 모를 리 없다.

더군다나 오비의 모기업인 인베브는 진로 입찰에 참여하려다 중도 포기했다. 오비의 하이트 몰아붙이기는 '내가 하면 연애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논리의 전형을 보여준다.

오비 스스로 말이 아닌 행동으로 '페어플레이'를 보여줄 때 떠났던 고객이 되돌아온다는 것을 경쟁사 성장과정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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