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네 탓" 공방 이제 그만
삼복더위에 노동현장이 요동치고 있다. 하늘에서는 항공기가 날지 않고, 지상에서는 대형 병원들의 업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노사가 지루한 교섭을 이어가고 있지만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해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드는 형국이다.
파업을 강행하는 쪽이나 막지 못하는 쪽 모두에게 사정은 있겠지만 노사의 힘 겨루기에 멍드는 것은 죄 없는 국민들임에는 틀림없다. 휴가철 여행객들의 발이 묶이고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장시간 대기해야 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형사업장에서 파업이 일어날 때마다 언론이 파업행위에 `매질'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을 행사한다지만 결과적으로 국민과 국가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파업을 곱게만 볼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노사의 갈등을 조정하고 조율하는 정부의 기능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날로 악화되는 데도 노사 자율교섭 준수를 내세우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으름장만 놓을 뿐이다.
큰틀에서 노동계와 머리를 맞대고 노사 화합의 장을 마련해야 할 노동부가 사실상 손을 놓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부는 봄부터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놓고 양 노총과 신경전을 벌였고, 최근에는 감정의 골까지 깊어져 노동계와의 대화채널마저 막힌 상황이다.
장관은 노동계가 머리를 숙이고 들어오지 않는 한 대화 재개는 없다며 꿈쩍을 않는다. 노총의 수장들은 비현실적으로 그런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으니 꼬인 실타래가 풀어질 리가 없다.
노총은 한발 더 나아가 자신들의 임무이자 권리이기도 한 노동위원회 위원직 사퇴를 선언하면서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참여정부에서 노-정 관계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업사태뿐 아니라 해결해야 할 노사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현실에서 `네탓' 공방은 이제 고장난 녹음기 소리마냥 지겹기만 하다. 공허한 `법과 원칙'보다 실효성 있는 '양보와 타협'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