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공정위 vs 재벌그룹 ②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는 약자 편이다. 공정한 경쟁을 중시하다 보니 대등한 조건으로 겨루기 힘든 약자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위는 1등보다 평등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코드와 잘 들어맞는다.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의 돈독한 신임을 받으며 롱런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약자들 편에서 공정위의 역할은 대단하다. 막강한 재벌그룹들의 불공정 내부거래를 감시하고 적발한다. 자기들끼리만 잘 먹고 잘살겠다는 특혜성 내부거래를 막으면 그만큼 다른 기업들에게 기회가 많아진다.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독과점 기업들의 가격담합도 잡아낸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도 핵심 감시 사항이다. 하도급 횡포에 냉가슴을 앓는 하청업체들에게 공정위는 고마운 존재다. 이뿐인가. 각종 교묘한 불공정 거래관행과 약관도 감시하고 시정한다. 최근에는 소비자보호 업무까지 재정경제부에서 넘겨받기로 했다.
이 정도 활약을 하는 부처라면 단연 인기 짱이어야 할 텐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다. 몇년전 부터 친정인 재경부가 핀잔을 주더니 최근에는 금융감독위원회까지 쓴소리를 하고 있다. 어찌 보면 정말 희한한 현상이다.
삼성처럼 잘 나가는 재벌그룹 입장에서 공정위가 눈엣 가시같은 존재라면 그럴 수 있다. 출자총액 제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등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규제를 가하고 있는데다 내부거래, M&A, 가격정책 등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사실 재벌과 공정위의 관계는 애초부터 그랬다. 공정거래법의 태생부터가 재벌과의 전쟁의 산물이었다. 공정위 산파였던 전윤철 감사원장은 재벌가의 로비스트들과 책상을 들어 던지며 법안을 만들고 지켰다고 회고한다. 그의 얘기를 들으면 정말 활극 같다.
하지만 공정위는 재벌과 싸우는 일만 하는 게 아니다. 공정위에서 재벌정책을 다루는 곳은 독점국내의 1개 과(기업집단과)에 불과하다. 그 외의 다른 부서에서 하는 일이 더 다양하고 의로운데 어째서 공정위는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까. 누구는 역시 재벌의 힘이 강해서 언론과 여론이 눌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닐 것이다.
공정위와 노조는 어찌보면 참 비슷하다. 흔들림 없이 구호를 외치고 버티고 투쟁한다. 강력하고 강경하다. 비타협적이어서 대화가 잘 안된다. 항상 개혁을 얘기하지만 변화보다는 기존의 틀을 지키려는 쪽이다. 그래서 보고 듣는 이가 답답하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재벌도 많이 변했다. 과거에 재벌정책은 명분이 있었고, 필요성이 강했고, 여론이 따라주었다. 공정위가 좀더 강력하게 재벌들의 문어발식 차입경영을 막았다면 IMF 사태도 피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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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다르다. 재벌들은 더 강해져야 하고, 더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총수들은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재벌도 재벌 나름이라 예전처럼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하기 어려워졌다. 공정위 생각에는 1등인 삼성이 가장 큰 문제일텐데 삼성만큼 잘 하는 곳도 없다.
공정위는 글로벌 개방시대에 맞게 재벌정책을 처음부터 다시 점검하고 설계할 때가 됐다. 재벌규제에 대한 완고한 집착을 버려도 공정위는 할 일이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