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빈부격차 키우는 평준화·부동산 정책
어느 농가에서 젖소를 잘 키워 살도 토실토실하고 우유도 잘 나와 살림살이가 날로 풍요로워지고 있다. 그렇게 잘 사는 농가 옆에는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집이 있다. 가난한 집에 사는 사람은 매일 옆집처럼 잘 살게 해달라고 기도를 한다.
그런 기도가 효험이 있어 어느날 신이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이때 가난한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는지는 그 사람의 소원에 그대로 나타난다. ‘저에게도 젖소를 주시면 열심히 키워 이웃집처럼 잘 살아보겠다’고 한다면 그는 자본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웃집의 젖소를 뺏어 저에게 달라’고 한다면 사회주의 성향이며, ‘그 젖소를 잡아 당장 배고픔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은 공산주의라고 한다.
미국에서 우스개 소리로 인구에 회자되는 이 말을 하면 정신나간 사람으로 취급당하기 십상이다. 대부분 ‘어느 미친 ×이 젖소를 잡거나 그 젖소를 뺏기를 원하겠느냐’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른 젖소를 받아 잘 키우면 나도 잘 살게 되고 이웃집과 사이좋은 부자가 될 터인데 굳이 이웃집을 해코지하는 몰상식한 짓을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런 몰상식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고등학교 평준화가 대표적인 예중의 하나다. 1978년 대전고등학교에는 시골에서 올라온 학생이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그들 가운데 상당수는 서울대를 비롯한 유명대학에 들어갔고, 좋은 직장을 잡아 지긋지긋한 가난의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신분 상승’을 이뤘다.
당시까지만 해도 명문고에 들어가면 좋은 대학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기를 써서 명문고에 들어가려 했고, 명문고에 들어가지 못하는 학생은 공부보다는 다른 길을 모색하는 황금분할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하지만 평준화가 된 뒤에는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서울대 입학의 희망을 갖고 과외전선에 뛰어든다. 매월 수백만원되는 학원 과외비를 감당할 수 없는 시골 가난한 사람들의 좋은 대학 입학 기회는 갈수록 줄어든다. ‘학력의 평준화를 이루어 누가 원하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교육 평준화는 간데 없고 경제력격차→교육 차별 확대→빈부격차 확대라는 악순환으로 계급이 고착화되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도 이와 비슷하다. 서울 강남 집값을 떨어뜨리고 그곳에 사는 부자들의 세부담을 늘리겠다는 이상은 찾기 어렵고, 오히려 강남 집값이 급등하는 기현상이 일어난다. 통화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시중에 돈이 넘쳐흐르는 과잉유동성이라는 불쏘시개에 지역균형발전을 내세워 하루가 멀다하고 발표되는 개발계획이 불씨가 되어 곳곳에서 땅값이 들썩이는데 양도세와 보유세를 중과하고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 투기꾼을 뿌리뽑겠다는 두더지잡기 전략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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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협상의 쟁점은 없어지고 감정 싸움으로 치달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투자증권과 아시아나항공의 장기 파업도, 온 국민을 도청의 노이로제에 빠뜨리고 있는 ‘도청 X-파일’도 마찬가지다. 내 젖소를 열심히 키워 잘 살려고 하기보다, 남이 열심히 키워놓은 젖소를 빼앗으려고 하기 때문에 문제는 갈수록 헝클어진 실타래가 된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광고 카피는 “차이를 보면 차별없는 세상이 열립니다.”이다. 차이가 있는 현실을 제대로 봐야 그런 차이를 없애고 차별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일 게다.
차이를 인정하면 ‘부자들을 미워하는 정책’보다는 ‘일반사람들을 아끼고 지원하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아끼는 정책’이 구호만 화려하고 결과는 정반대로 나오는 아이러니를 없애고 나와 너, 그리고 우리의 젖소를 살지게 만드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