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익명에 휘둘리는 채권시장

[기자수첩]익명에 휘둘리는 채권시장

장태민 기자
2005.08.04 10:19

[기자수첩]익명에 휘둘리는 채권시장

채권시장이 3일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한국은행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이번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 때문이었다.

채권시장의 민감도가 문제라는 지적도 있고, 당국자의 발언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익명으로 출현하는 정책 당국자는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영자지에 등장한 한국은행 관계자의 발언이 최근 한국은행 측의 '부동산 문제로 인한 금리인상은 힘들다'거나 '한미 정책금리 역전은 시장금리가 중요하다'는 최근의 입장과 너무 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들이 흘러나왔다.

익명의 공간은 안락하다. 하지만 언론 지면을 빌려 쏟아낸 익명의 말은 의심을 부른다. 익명이란 '신분 보장' 때문에 발언자는 마음이 편하지만 주변사람들은 그 때문에 혼란을 겪는다. 큰 영향을 미치는 고관대작의 발언은 그래서 익명의 무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채권시장의 언론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언론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발언에 한국은행이나 재경부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을 덧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주장이다. 선정성을 쫓다보니 특정 발언을 지나치게 부각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불만도 많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 언론사에 자주 등장한 익명의 재경부 관계자 발언으로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익명성을 가장한 기자의 의견인지 헷갈렸다. 언제나 뒤로 숨는 고위 관계자가 누구인지도 의심이 들었다.이런 부분들은 좀 깨끗해졌으면 한다"

채권시장에서 몇몇 애널리스트나 딜러들이 지적한 얘기의 일부분이다. 요지는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이 금리 동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당국자들은 익명을 될 수 있으면 피해달라는 것이다. 익명으로 나오는 경우 재경부나 한국은행의 소속 부서라도 밝히라는 것이다.

채권시장의 체력이 너무 약해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강하다. 시장의 저변이 취약하기 때문에 '객관의 눈'을 감고 분위기만 추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채권시장과 정책당국, 채권기사를 쓰는 언론들의 사이엔 아직 불신의 골이 깊다. 그리고 누구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