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기업이 투자 안하는 이유
각 부처 장관들이 기업인들을 자주 만날 모양이다. 이해찬 총리가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기업인들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챙기라고 특별 지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투자의욕을 높일 수 있다면, 그래서 투자 부진을 해소할 수 있다면 장관들은 밤을 새워서라도 기업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하지만 장관의 호소나 요청, 아니면 `으름장'에 기업이 움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덕수 경제부총리가 며칠 전 지적한 대로 투자부진의 원인이 규제가 아니라 수익모델의 부재에 기인한다면 서로 바쁜 일정을 쪼개 가며 대면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한 부총리는 "규제가 있어도 수익모델이 더 크면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 수익모델 발굴과 연구-개발(R&D)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투자는 정부보다 기업에 절박한 것이다. 투자에 나서지 않는 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다. 국내가 어렵다면 해외로 나가서라도 생존의 기반이 되는 투자처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할 일은 없을까. `기업 없이는 경제 성장도, 국가 존립도 위협받는다'는 원론은 제쳐두자. 우선은 최근 투자부진이 구조적인 성격이 아닌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투자지표들을 보면 최근의 부진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설비투자의 경우 지난 6월중 2.8% 감소하면서 2/4분기에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은 전분기보다 크게 둔화했고, 선행지표인 기계 수주의 감소세를 감안하면 당분간 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장기 추세를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외환위기 이후 현상유지에 그치고 있다. 1999년부터 6년간 설비투자 증가율은 연평균 3.5%로, 과거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규모 대비 설비투자 수준은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 사상 최저수준이다. 올 상반기에 이뤄진 투자 가운데 45.7%가 기존 설비의 개.보수이고, 신규 투자는 25.7%에 그쳤다는 대한상의 조사 역시 `기조적인' 투자위축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국 경제가 `저투자-저성장-고용불안'의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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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저투자-저성장-고용불안'이 신자유주의의 대표적 특징이라면서 기업 투자가 줄어든 이유의 하나는 신자유주의 또 다른 특징인 적대적 인수.합병(M&A)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들은 경영권이 불안해지자 수익금으로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것이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금융자본을 위한 자본주의여서 저성장주의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금융자본은 경기를 안정시켜 물가 상승률을 낮춰야 자본이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탓에 성장을 달가워 하지 않으며 장기적인 투자에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최근 투자부진이 구조적인 성격의 것이라면 정부는 발상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등 떠밀려 규제를 완화하는 식이 아니라 이른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