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3콤 재출발이냐 빅딜이냐...통신산업 기여할 '결단' 기대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요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구 회장은 최근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남중수 KT 사장 내정자를 잇따라 만났다. 가벼운 인사 자리였다고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전경련 회장단회의에도 몇년째 불참하고 있는 구회장이 이 정도로 뛰고 있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 만난 사람들의 면면으로 보아 LG의 통신사업인 '3콤'(엘지텔레콤-데이콤-파워콤)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직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 회장은 '3콤'을 어쩌려는 것일까.
크게 두가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첫째는 전열재정비. 지금까지는 각자 알아서 먹고 살라며 모르는 척 해 왔는데 이제부터는 심기일전해서 챙겨보겠다는 것이다. LG의 3콤은 그룹의 지원사격이 없는 상태에서 힘겨운 각개전투를 치러왔다. 그런데 이들이 생각보다 잘 버티는 것 같고, 가능성도 있어 보였을 수 있다.
LG텔레콤은 독자생존의 전제조건으로 삼은 600만 가입자 기반을 확보했고, 데이콤은 구조조정을 통해 시장신뢰도를 높였다. 파워콤은 초고속인터넷 소매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공격루트를 뚫었다. 그렇다면 이제 3콤을 묶어서 제대로 일을 도모해도 승산이 있겠다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두번째는 3콤과 하이닉스의 빅딜이다. 기사회생에 성공한 하이닉스를 되찾는 대신 항상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짖눌러온 3콤을 버린다는 것이다. 3콤중 LG텔레콤은 무선이 약한 KT에 넘기고, 데이콤과 파워콤은 유선이 아쉬운 SK텔레콤에 넘기면 모양새도 좋다. 물론 그 댓가는 하이닉스다.
이같은 거래는 1999년 반도체 빅딜 이전으로 모든 것을 되돌린다는 의미가 있다. 하이닉스는 반강제적 빅딜을 통해 현대전자가 LG반도체를 흡수합병하면서 생긴 회사다. 빅딜 당시 구 회장은 김대중 대통령을 찾아가 "LG반도체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전달했고, 회사로 돌아와서는 "가업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눈물 흘렸다고 한다. 그러나 LG는 3콤의 모태가 된 데이콤을 선물로 받았다.
이 두가지 상반된 시나리오는 모두 흥미롭다. 특히 제2의 반도체 빅딜은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겠지만 내용만큼은 소설처럼 극적이다. 그래서 LG의 진실이 무엇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LG가 어떤 시나리오를 선택하느냐'가 아니다. 이보다는 '어느 쪽이든 분명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됐다'는 점이다. 지금 LG에게 최악은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미적거리며 일을 뭉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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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는 야심차게 진출한 통신사업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하나로텔레콤 인수 실패 등 패착도 잇따랐다. 당연히 통신산업 발전에도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정부는 3등을 우대하는 비대칭규제를 통해 LG를 밀어주었지만 LG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이 총체적인 결과에 총수인 구 회장의 책임이 크다. GS 계열을 분리한 LG는 지금 편대를 재구축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하는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구 회장으로선 새로운 결단과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할 때인 셈이다. LG 뿐 아니라 우리나라 통신산업에도 큰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구 회장의 멋진 선택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