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의욕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부동산 종합대책이 막바지 손질 단계에 와 있다. 그간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패인 분석까지 끝낸 탓인지 대책에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후반 경제정책의 테이프를 끊을 이번 대책의 골자는 세금 중과를 통해 투기수요를 억제하고, 공영개발을 통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외형상 이전 10.29대책 등과 유사하지만 `세금 폭탄'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다주택 보유자에게 부과될 무거운 세금 등을 감안하면 강도는 분명히 세졌다.
심리전이 병행되는 점도 눈길을 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거주하지 않는 집을 파는 게 유리할 것이라는 당국자의 말은 엄포에 가깝다.
이는 2주택자가 100만명 정도라고 가정하면 10%만 집을 팔아도 10만가구의 공급 효과가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투기목적으로 여러 주택을 사들인 경우 양도세율이 탄력세율을 포함해 85% 정도로 높아지고,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도 받게 된다면 "차라리 팔겠다"고 두 손을 들 수 있다.
과연 이번 대책으로 부동산 가격 급등의 진원지인 강남 등 수도권 집값은 안정될까. 실책을 자인한 정부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려온 서민들은 강남 집값 하락을 `고대'하겠지만 그리 호락호락해 보이지 않는다.
집값은 주식과 달리 하루아침에 떨어지지 않는다. 부동산은 언제든 처분할 수 있는 주식과 달리 파는 데 수개월이 걸린다.
미국의 경우 과거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 상당수의 집주인이 아예 매도를 포기하는 바람에 거래만 급감한 채 가격이 수년간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고 한다. 사실 부동산 가격은 금리인상이나 대출 억제를 통한 유동성 축소, 오일쇼크나 외환위기 등 심각한 경제적 충격이 닥쳐야 큰폭으로 하락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집값 변동에는 지역적 특성이 크게 작용한다는 점도 고려할 대목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의 소득수준, 실업률 등에 따라 집값이 전반적인 수준보다 덜 떨어지거나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경우가 적잖았다.
자금사정이 넉넉해 금리 상승이나 대출 축소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는 주민들이 많다면 집값이 떨어지는 추세라도 `손절매'를 기피해 결국 부동산경기 하강국면의 무풍지대로 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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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이번에 세금 중과 방침을 확정하더라도 비강남권이나 선의의 다주택자만 타격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남의 소득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높고, 교육여건 등으로 인해 세부담은 감수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면 우려는 현실화할 수 있다.
정부는 종합대책의 효과적 추진을 위해 주택 보유 현황 통계까지 작성했다고 하지만 소득수준 등 지역별 특성까지 반영된 것이 아니라면 소유 집중만 부각돼 자칫 계층간 반목만 키울 여지도 있다.
다만 정부가 즉각적인 효과를 탐내지 않고 1∼2년 인내할 수 있다면 결과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과거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이 장기적으로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때문이다."(정문수 청와대 경제보좌관) 이런 인식이 흔들리지 않으면 최소한 투기 확산은 차단할 가능성이 있다.은행, '행렬 애벌레' 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