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 열전]<2>삼성증권 외인고객 500명, 기본기·영어 겸비 '스카우트 표적'
금융시장에도 ‘삼성’의 브랜드를 달고 수출되는 상품이 있다. 바로 삼성증권의 리서치 서비스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는 국경의 개념이 없다. 삼성증권에서 내놓은 모든 보고서는 국문과 영문으로 동시 발간된다. 500개 이상의 외국계 투자사가 삼성증권의 고객이다. 이 가운데 100여곳이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의 고급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지난 1년 동안 외국인 고객들과 함께 다녀온 기업방문만 1500번이 넘는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가 경쟁 상대로 삼는 곳은 국내 대형 증권사가 아니라 UBS 모건스탠리 크레디리요네(CLSA) 등 글로벌 증권사들이다. 임춘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은 “한국시장 리서치에서 만큼은 글로벌 증권사들과 경쟁해 최고로 인정받고 싶다”고 밝혔다.
삼성증권은 이미 지난해 아시아머니가 선정한 한국 '베스트 컨트리 리서치' 부문에서 CLSA에 이어 2위에 올랐다. 한국시장 분석에 있어서 UBS 모간스탠리 도이치증권 등을 앞선다는 평가를 받은 셈이다.
일찌감치 해외 영업에 승부를 건 덕분이다.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 기관이나 개인을 상대로 한 영업에 열을 올릴 때 삼성증권은 수수료율이 높은 외국계 투자자 시장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증권사들과 경쟁하면서 외국계 투자자 시장을 뚫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했던 것은 애널리스트의 영어 실력이었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들의 영어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다. 상당수 애널리스트들이 네이티브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특히 유재성 이진호 장성민 송준덕 팀장 등은 영문 보고서를 먼저 작성한 뒤 국문으로 번역할 정도로 영어에 정통하다.
외국계 애널리스트 사관학교
과거 대우증권이 애널리스트 사관학교였다면, 지금 삼성증권은 글로벌 애널리스트 사관학교라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가운데 20% 가까이가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출신이다.

지난해 삼성증권 테크팀 최승일 수석연구원이 골드만삭스로 자리를 옮겼고, 소프트웨어팀 강희주 수석연구원이 ABN암로로 갔다. 이밖에 UBS의 황찬영 애널리스트, 메릴린치의 최은정 애널리스트도 모두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를 거쳐갔다.
지금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들은 외국계 증권사들로부터 끊임없이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있다. 그만큼 인력유출에 대한 부담도 크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들이 외국계 증권사들의 주요 표적이 되는 것은 기본적으로 영어 실력을 갖춘데다 실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는 평가 때문이다. 삼성증권은 2~3년에 걸친 리서치보조(RA) 프로그램과 공식적인 애널리스트 승격 심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도제 시스템 아래에서 능력과 성실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적어도 1번 이상 직접 보고서를 작성한 RA들에게 애널리스트 승격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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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 승격을 지원한 RA는 리서치센터장과 팀장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들 앞에서 자신의 보고서를 가지고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의 상당부분은 영어로 이뤄진다. 프레제테이션 도중 심사위원은 영어로 된 질문들을 던지는데, 이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애널리스트 승격을 포기해야 한다.
임 상무는 “삼성증권에서 오랜 기간 훈련받은 애널리스트가 외국계 증권사의 스카우트 대상인 것은 사실”이라며 “이들이 국내 최고의 리서치팀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커리어면에서도 삼성에서 일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확신을 심어주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본에 충실한 시스템 리서치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하나의 컨베이어 벨트와 같다. 보고서 하나가 고객의 손에 들어가기까지 자료 작성에서 검토 번역 편집 발송에 이르는 모든 작업이 하나의 리서치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 속에서 이뤄진다. 리서치헤드와 팀장들은 클릭 하나로 각 애널리스트가 무슨 리포트를 쓰고 있고 한눈에 볼 수 있다. 현재 29명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를 21명의 RA들이 지원하고, 또 18명(센터장포함)의 지원부서가 그 뒤를 받치고 있다.
애널리스트 평가 시스템 역시 정교함을 자랑한다. 보고서 작성 뿐 아니라 전화, 프레젠테이션, 기업방문, 문의처리 등 애널리스트의 모든 활동이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는다. 투철한 프로정신 없이는 살아남기 힘들다.
2003년 삼성증권은 국내 ‘애널리스트 폴(투표)’에 불참을 선언했다. 더 이상 인기투표 순위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 임 상무가 지난 2002년 리서치센터장을 맡으면서 애널리스트들에게 가장 크게 강조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인기보다 분석력이 먼저’라는 것이다. 대중적인 인기에 기대지 말고 실력으로 승부하라는 것.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기본으로 돌아가 펀더멘털 분석에 매진한지 3년. 지금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깊이있는 보고서를 만들어내는 '신흥 리서치 명문'으로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