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조각가 로댕은 사망하기 직전인 1917년, 77세의 나이에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 오던 로즈 뵈레와 결혼식을 올렸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로댕은 로즈가 연금을 받기를 원했지만 자신과 정식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백발이 성성한 나이에 쑥스러운 결혼식을 올렸던 것이다. 그만큼 연금은 그 시대에도 노후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요사이 ‘노령화’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바야흐로 전 세계는 노령화라는 전례 없는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맬더스 이후 ‘인구문제’가 다시 사회경제적인 문제의 중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동전의 앞뒷면처럼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연금제도이다. 여전히 연금은 노후생활의 가장 확실한 버팀목인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사회보장체계의 한 축으로서 이미 기초연금인 국민연금이 있고 개인연금도 도입되어 있다. 여기에 금년 12월 1일부터는 퇴직연금이 도입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기초연금-기업연금-개인연금”의 3개 층으로 되어 있는 선진적인 연금제도를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름마저 기업연금이 아닌 퇴직연금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 퇴직연금제도는 퇴직 근로자의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금융부문에 있어서도 가장 큰 제도 변화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퇴직연금은 금융기관에게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겸업화를 한층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자본시장에서 퇴직연금은 장기투자가 가능한 우량자산의 등장을 의미하고 이는 수급구조의 개선과 자산운용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 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 전반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당시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은 사실 대표적인 기업연금인 401k의 급속한 성장과 이를 통한 주식시장 부양에 힘입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벌써부터 2015년경 퇴직연금시장 규모가 15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은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우리 금융 및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제도 도입이 의무사항이 아니고 선택사항이라는 점, 처음 도입되어 기업과 금융기관의 준비가 다소 미흡하다는 점, 우리 여건에 적합한 제도를 정립하기까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점 등을 들어 지나친 기대를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은 퇴직연금제도의 안정적인 시행과 활성화를 위해 일찍부터 감독규정 제정 등 준비업무를 추진해 왔다. 이달 말까지 제정될 퇴직연금감독규정에는 사업자 등록, 적립금 운용, 사업자 책무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된다. 건전한 금융기관만이 퇴직연금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재무건전성 및 인적- 물적 요건에 관한 세부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연금자산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운용방법을 제한하고 위험자산의 투자한도 등도 정하고 있다. 또한 공시방법 및 기준을 제시하여 시장에 원활한 정보제공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감독당국과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가입자로서 근로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특히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에서는 적립금의 운용지시를 근로자 스스로 하고 운용 결과에 대한 책임도 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근로자는 연금제도와 시장동향 및 금융상품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감독당국은 관련부처 및 금융기관, 기업 등과 협력하여 퇴직연금 홍보 및 교육에 힘쓸 예정이다. 근로자도 이러한 교육과정에 적극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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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제도는 사용자와 근로자, 금융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매우 복합적인 제도이다. 따라서 참가자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이 제도의 성공적인 시행에 관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질 때 새로 도입되는 퇴직연금제도는 우리의 노후생활은 물론, 우리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