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다’와 ‘벌리다’는 단어의 형태가 매우 비슷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운 말 중 하나입니다.
다음의 예를 살펴봅시다.
a. 그 일은 이미 벌려 놓은 일이니까 마무리를 해야 한다.
b. 세계 최대 크기의 슈퍼 컨테이너선 수주를 놓고 두 업체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리고 있다.
c. 교도소 탈주범이 인질극을 벌리다 최후를 맞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d. 엄청난 이해상충의 모순 앞에 사람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a의 경우 ‘벌려 놓은’은 ‘벌여 놓은’으로, b의 ‘벌리고 있다’는 ‘벌이고 있다’로, c의 ‘벌리다’는 ‘벌이다’로 고쳐 써야 합니다. d는 바르게 쓰인 경우입니다.
그럼, ‘벌이다’와 ‘벌리다’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먼저 ‘벌이다’는
첫째, 일을 계획하여 시작하거나 펼쳐 놓다(예 :잔치를 벌이다, 사업을 벌이다)
둘째, 여러 가지 물건을 늘어놓다(예 : 좌판을 벌이다)
셋째, 전쟁이나 말다툼 따위를 하다(예 :친구와 논쟁을 벌이다)
등의 뜻이 있습니다.
반면, ‘벌리다’는
첫째, 둘 사이를 넓히거나 멀게 하다(예 : 두 손을 벌리다)
둘째, 껍질 따위를 열어 젖혀서 속의 것을 드러내다(예 : 밤송이를 벌리다)
셋째, 우므러진 것을 펴서 열다(자루를 벌리다, 양팔을 옆으로 벌리다)
등이 있습니다.
대체로 일이나 잔치, 사업, 조사, 좌판, 싸움, 논쟁 등에는 ‘벌이다’를, 간격, 차이, 손, 양팔, 입, 틈새 등에는 ‘벌리다’를 사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