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가 세상을 바꾼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나며 라디오를 한물간 올드 미디어쯤으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소리 듣기 딱 좋다.

신간 '세상을 바꾼 라디오 특종의 힘'(오동선 지음/북인 펴냄)은 라디오가 지금도 뉴스 생산자로서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오히려 수많은 특종으로 단순한 뉴스 생산에만 그치는게 아니라 여론을 형성하고, 세상을 바꿔나가는 도구로서의 라디오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특히 이 책은 라디오 PD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지난 2001년부터 평화방송 시사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건져낸 특종 가운데 21회에 관한 발굴 기록을 담아 흥미를 배가시킨다.
민주당 서울 경선 하루 전날 "당정 관계가 이미 끊겨 대통령의 탈당은 적절히 판단할 것"이라는 노무현 후보의 인터뷰는 정가를 뒤흔들었다. 청와대와 동교동계가 반발했지만 결국 얼마후 김대중 대통령의 탈당이 현실화됐다. 이외에도 한화갑 의원의 내각제 발언,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한 추미애 전 의원의 폭탄 발언, 노무현 저격수로 변신한 김경재 전 의원 등 각종 이슈를 만들어낸 정치인의 인터뷰도 이 프로그램이 건져낸 특종들이다.
또한 "미국 전쟁 개시는 잘못, 파병 결정은 이해"라고 말한 김수환 추기경의 고백, 한일월드컵을 앞두고 "실험 그만두고 전술과 조직력 가다듬어라"고 쓴소리를 한 박종환 감독의 발언 등 책 속에 등장하는 이슈는 모두 최근 몇년간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것들이다.
'올드 미디어' 라디오의 뉴스 메이킹이 빚어내는 재미는 이처럼 친숙한 사건에 대한 재해석 혹은 비하인드 스토리 덕분이다.
"라디오는 결코 죽지 않는다"는데 동의한다면 이 책이 라디오에서 키워낸 상상력을 확장시켜주는데 부족함이 없다는 점에도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저자인 오동선씨는 평화방송 라디오국 PD로 입사, 지난 2001년부터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열린세상 오늘'을 제작하고 있다. 그간 라디오 프로그램 제작 부문에서 맹활약하며 '한국방송 라디오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 '환경부장관상' '올해의 녹색언론인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