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한국법인설립, 동북아금융허브에 도움"

"HSBC한국법인설립, 동북아금융허브에 도움"

대담=강호병금융부장, 정리=진상현기자, 사진=최용민기자
2006.03.13 12:14

[머투초대석]한국떠나는 릭 퍼드너 HSBC한국대표

HSBC가 한국시장에서 자생성장을 위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한국내 직원수는 8개월새 2배 수준으로 늘어났고 지점도 서울뿐 아니라 부산 대전 대구 인천 등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 HSBC가 자랑하는 자산관리서비스 `HSBC프리미어'도 세계에서 34번째로 한국시장에 선보였다.

이달 말로 3년 간의 한국대표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직장으로 떠나는 릭 퍼드너 HSBC 한국대표(사진)를 만났다. 퍼드너 대표는 현안인 HSBC 한국법인 설립에 대해 "한국의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과 고용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SBC의 한국시장 전략과 진행 상황을 소개해 주십시오.

▶HSBC는 제일은행 인수에 실패한 후 한국시장의 성장전략을 다시 검토했습니다. 결론은 자생적 성장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지난 몇년 동안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해왔고 이를 확장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지요. 보수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고 전통을 흐트리지 않으면서 성장하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자생성장을 하면서 많은 고용창출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 8개월간 500명을 더 채용했습니다. 대전 대구 인천에 지점도 새로 열었습니다. 서울도 중요하지만 전국적으로 중요한 도시들이 있기 때문에 전국에 지점을 개설해 나가고 있습니다.

―HSBC가 한국 금융산업과 시장을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은 세계에서 11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나라입니다. 하지만 HSBC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사업을 확장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 금융시장에서는 굉장히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인구나 경제규모 면에서 그렇고 경제성장률도 높습니다.

또 상대적으로 아시아에서 부유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자산관리분야가 유망합니다. 무역금융 쪽도 그렇고 중소중견기업 시장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가 3년3개월 전 한국에 왔을 때는 동북아 금융허브 얘기가 처음 나올 때였습니다. 동북아 금융허브로 가는 과정에서 HSBC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겁니다.

―한국 금융시장의 잠재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 정부가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에서 자산관리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 성공적일 수 있습니다. 2003년에는 전반적인 계획이 나왔고 지금 자산관리라는 구체적인 방향으로 가는 것같습니다. 금융허브 전략이 현실로 다가오면 외국의 자산관리 전문기업들도 들어올 수 있을 것입니다. HSBC도 이쪽에 전력할 수 있을 겁니다.

―HSBC만의 개성과 강점이 잘 담긴 상품이나 서비스를 소개해 주신다면.

▶대표적으로 자산관리서비스인 `프리미어 서비스'를 꼽고 싶습니다. 예치금 1억원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데 전세계 국가 중 34번째로 한국시장에서 출시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한국에서도 성공하리라 생각합니다. 서비스 구색이나 투자상품의 다양성 등에서 다른 은행들과 크게 차별화돼 있습니다.

―한국법인 설립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사실 `자생성장'의 의미는 `고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유치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법인화가 안된다고 해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법인화는 지점 개설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이긴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한국법인을 설립하면 한국산업에 어떤 도움이 될 거로 보십니까.

▶성장을 위해 외국자본을 가져올 것이고 고용을 더욱 창출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한국정부가 원하는 고용확대와 동북아 금융허브 달성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요즘 한국 은행권을 달구고 있는 외환은행 인수계획은 정말 접은 것입니까.

▶HSBC는 한국에서는 은행을 인수하는 데 더이상 관심이 없습니다. 외환은행 인수주체는 2곳으로 압축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난해 1월 자생성장 결정을 내렸고 그것이 올바른 방향입니다. 그곳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은행 인수 유혹이 있지 않을까요.

▶자생적 성장에 주력할 것입니다. 하지만 기회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그런 기회에도 마음은 열려 있습니다.

―한국 금융시장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정책이 좋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첫째, 자산관리 쪽에 주력하는 것은 올바른 방향입니다. 외국기관 유치도 정부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채권시장이나 자금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고요. 채권 만기 기간이 길어졌다는 것도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외환규제를 완화해야 하는데 그것도 하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긍정적인 움직임이 많이 보이는 것같습니다.

―한국 은행들의 해외 진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전통적인 토종은행이 대형화를 통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국내에서는 확장할 여지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국의 은행들은 제가 처음 왔을 때보다 잘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아시아에서 글로벌 플레이어하면 씨티 HSBC 등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개발은행(DBS) 국민은행 등이 있습니다. 상당히 좋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은 주요 수출국입니다. 중동지역에 진출한 한국의 건설사들처럼 한국 은행들도 해외시장에서 기회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KT&G가 경영권을 공격받는 것이 핫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 내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들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구체적인 사례는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영국의 경우 1986∼1987년에 빅뱅으로 불리는 규제 완화가 있었는데 그때 많은 외국기업이 들어와서 토종기업들을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늘날 런던이 세계 최대 국제금융센터로 발돋움하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가는 전환기에 있습니다. 맞는 방향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고 다이내믹한 시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한국은 전환기에 있기 때문에 배우는 단계에 있습니다. 배우는 단계에서는 고통이지만 결국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본과 독일의 경우 제조업에서 서비스로 가야하는데 완전히 서비스로 가지 못했습니다. 규제를 제대로 완화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곧 한국을 떠나시는데 지난 3년간 한국생활은 어땠는지.

▶전반적으로 `익사이팅'(역동적) 했다고 봅니다. 특히 제일은행을 인수하려 한 5개월 동안이 그랬고, 자생적 성장전략을 결정하면서 직원수가 450명에서 지난해 12월 1000명으로 크게 늘어나는 과정에서도 그랬습니다. 하루하루가 익사이팅했습니다.

―한국의 폭탄주도 마셔 보셨는지.

▶특이한 폭탄주들도 봤습니다(웃음). 꼭 배워서 영국에서 써보고 싶습니다.

―한국인들의 남다른 애국심이 사업에 부담이 되지는 않았습니까.

▶한국의 역사를 비춰보면 외국인에게 반감이 있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그래도 방해가 된다고는 얘기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가) 빨리 되면 좋겠지만 한국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국민적 정서는 중요한 것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한국에 오기 전 근무한 두바이로 돌아갑니다. 두바이 에미리트은행의 최고경영자(CEO)로 가게 됐습니다. 에미리트은행은 국가가 77%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곳입니다. 25년 근무한 HSBC를 떠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너무 좋은 기회여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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