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
윤태순 자산운용협회장은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그는 1975년 한국투자공사(현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해 30여년을 자산운용업계에서만 일해 왔다. 그리고, 2004년 6월 우리나라 자산운용협회 초대 민선회장으로 취임했다. 윤 회장은 “평생 몸담은 자산운용업계에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 뿐인가. 그가 회장을 맡은 이후 자산운용업계는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취임 당시 164조60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펀드 수탁고는 불과 1년10개월 만에 220조원을 넘어섰다. 펀드 계좌수도 급격하게 늘었다. 윤 회장이 취임할 때만해도 370만개에 불과했던 펀드 계좌는 지난 1월말 현재 1041만개까지 증가했다.
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히 윤 회장은 바빠졌다. 일복도 많았던 셈이다. 지난해에는 자산운용업계의 근간이 되는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시행령’을 개정하는데 힘을 쏟았다. 현직에 있을 때 그의 별명은 ‘불도저’였다. 한번 결심한 내용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 탓에 붙여진 별명이다. 협회장직을 맡으면서도 그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특유의 스타일로 ‘펀드 직접판매’, ‘대체투자 시장의 확대’를 이끌어 냈다.
자산운용협회장직은 맡은지 1년 10개월. 3년 임기의 반환점을 막 돌아나온 윤회장을 만나봤다.
- 취임 이후 펀드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습니다.
▶적립식 펀드 열풍 덕분입니다. 우선, 투자자들의 인식이 달라졌어요. 직접투자보다는 간접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요. 하지만, 자산운용업계의 성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봅니다.
- 너무 빠른 성장에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만.
▶ 지난해 주식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서 적립식 펀드는 곧 대박이라는 인식이 퍼졌어요. 사실, 주식형 펀드 수익률 50%를 넘는 경우는 앞으로는 많지 않을 거에요. 앞으로는 정기예금금리 2~3배 정도, 그러니까 10% 정도 수익률 정도를 펀드 수익률 목표로 해야 하는데요. 협회가 나서서 알릴 계획입니다.
-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요?
▶ 투자자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것입니다. 협회 회원사들이 ‘간접투자교육기금’을 만들었어요. 340억원 규모인데요. 조만간 기금 납입이 끝나면 간접투자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시행할 계획입니다. 기존 펀드 투자자부터 잠재적인 투자자까지 다 교육대상입니다. 기금으로 가이드북도 만들고요, 전국 순회교육도 실시할 것입니다.
- 판매사의 불완전 판매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 펀드는 투자상품이지요. 원금 손실도 날 수 있고요. 그래서 판매가 제대로 이뤄져야하는데요. 아직은 문제점이 많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판매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강화하겠습니다. 특히, 독립펀드판매업자들에 대한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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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시장의 발전에 대한 윤회장의 의지는 하나로 모인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와 판매자 교육’도 그렇지만, 자산운용업계 스스로의 발전과 변화에도 많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자산운용업계는 최근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은행ㆍ증권사 등 거대한 금융업계가 자산운용 분야를 강화하면서 업계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업체간 출혈경쟁으로 인해 자산운용업계의 주수입원인 운용보수는 날로 낮아지고 있다. 윤회장은 “자산운용업계가 사는 유일한 길은 상처 입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업계가 깨끗하고 투명하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감시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금융통합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증권사의 자산운용사 겸업을 허용한다는 게 정부 방침인데요.
▶ 궁극적으로 국내 금융업종이 대형화를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해요. 그렇지만, 증권사와 자산운용사의 겸업은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서로의 이해가 상충할 가능성이 커요. 예컨대, 펀드 투자자의 돈으로 증권사의 이익을 올리는데 쓸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지요. 투자금이 고객위주로 운용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위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큰 셈이지요.
두 업종간에 방화벽을 세우면 한다고는 하지만 부작용이 생길 소지를 만드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미국의 메릴린치는 오히려 하나였던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분리할 정도입니다.
- 증권사와 자산운용사가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2인3각의 파트너라고 할 수 있어요. 각자가 금융시장의 발전이라는 목표를 향해 발을 맞춰 나가야 합니다. 하나의 목표로 뛰되 서로 각자 영역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산업으로 치면 제조업에 해당하는 펀드운용과 유통업에 속하는 펀드판매가 반드시 분리돼야 투명한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하고요. 우리 금융시장도 세계적인 흐름을 잘 따라가야지요. 그래야만 한국이 동북아시아 금융허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다른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우수한 인재가 많이 자산운용업계로 와야 하는데요. 아직 다른 금융업에 비해 대우가 낮은 편인가 봐요.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요. 자산운용업이 발전하면 자연스럽게 인재들도 많아질 것이고 업계는 더 발전하고…. 이런 선순환이 일어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됐지만 변화가 미미해 보입니다.
▶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현재 18개 운용사에서 37개 펀드를 퇴직연금펀드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10일 기준 설정잔액은 64억8000만원 정도로 미미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비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퇴직연금 제도가 정착되는 데에는 적잖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우리 퇴직연금시장도 가입의무화제도나 세제혜택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주식편입비율이 40% 아래인 (퇴직연금의) 주식편입 비율 한도도 완화해야 한다고 봐요.
- 남은 임기 동안 목표가 있다면?
▶ 수치로 말하면, 펀드 수탁고를 지금 220조원 규모에서 역대 최고 수탁고인 262조원 이상까지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80조원 정도 되는 개인펀드 수탁고는 100조원 이상으로 올리는 것이고요. 적립식 펀드와 퇴직연금제도가 확산 되는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는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자산운용업계의 발전을 위해 힘써주시길 바랍니다.
◇약력 △충남 아산 △서울 중앙고, 연세대 경영학과 △서울대 최고전략과정 △한국투자공사 △대한투자신탁 국제본부장 △다임인베스트먼트사 부사장 △한화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 자산운용협회 회장
/대담= 홍찬선 증권부장, 정리=김명룡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