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고통과 싸워 이겨야 한다"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고통과 싸워 이겨야 한다"

대담=김종현 부국장 정리=최정호 사진=윤인경 인턴기자
2006.05.03 09:29

[머투초대석]김영선 이지함화장품 사장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을 표현한다면 수수함과 멋있음 정도다. 그러나 말을 하다보니 강단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 업무에 대해서 물어보면 단호하게, 그 것도 일사처리로 답을 한다. 그녀의 경력 만큼 당차게 보였다.

김영선 이지함화장품 사장. 그녀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30대 CEO, 여성 CEO, 약사 출신 사장 등 화려하다.

하지만 김 사장은 지금까지는 시작일 뿐,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김 사장은 이화여대 약학과를 졸업한 약사다. 하지만 그는 졸업과 함께 약사가 아닌 샐러리맨의 길을 택했다. 김 사장은 "전문직에서 일하는 커리어 우먼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약국이 아닌 제약회사를 선택하게 만들었다"며 졸업반 여대생의 꿈을 말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제약회사였다. 그는 "회사는 작지만 능동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 반해 제약회사에 들어갔다"며 "스스로 약사라는 자존심을 버리고 일해야 겠다는 것이 신입사원 시절의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했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뛰었다. 그는 "나는 100%를 일했다 생각했지만 막상 회사는 60%만을 인정했다"며 "나머지 40%는 나 자신의 경력과 노하우를 쌓는 것으로 보상받는다고 생각하니 열심히 일하는 것도 가능했다"고 직장인 시절에 터득한 교훈을 설명했다.

지금의 보상이 아닌 미래의 성공한 자신을 꿈 꿨기에 도전도 가능했다는 의미다.

제약회사 사원으로, 또 다국적 화장품회사의 중간관리자로 나름대로 승승장구하던 그가 갑자기 화장품 회사 창업을 하게 된 동기도 현실에 안주를 싫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김 사장은 "화장품 회사를 만든다고 해서 돈 번다는 보장은 없었다"며 "다만 스스로 주도하면서 일을 해보고 싶은 욕심 뿐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밤낮 없이 뛰어다니고 나름대로 성과를 올렸지만 그 열정 만큼 회사가 변하지 않는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창업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본인이 비즈니스의 중심에 서고 싶다는 욕심과 도전 정신이 이지함화장품을 만든 셈이다.

김 사장은 "처음 회사 설립 제의를 받았을 때 망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생각으로 철없이 용감하게 도전했다"며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 아는 게 많았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과 함께 웃었다.

많지 않은 자본금과 충분하지 않은 노하우로 시작한 사업은 쉽지 않았다. 김 사장은 "몇 명안 되는 직원과 함께 피부과와 회사를 오가며 제품을 연구하고 또 운전하면서도 제품 이름 생각에 정신없었다"며 "이렇게 고생해 만든 제품이 시장에 나와 팔리는 것을 보니 그만큼 보람도 컸다"고 사업 초기 쉼 없이 뛰어다니던 시절을 떠올렸다.

화장품에 의약품의 성격을 더한 이지함화장품의 제품 성격도 사업 초기 악조건으로 작용했다. 김 사장은 "들어있는 성분이 부작용이 많으면 의약품이고 아니면 화장품인데 이 경계가 명확치 않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지함화장품을 사면서도 약과 같은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해 난감한 경우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지함화장품이 아직도 피부과와 약국 등 전문 유통 채널을 고집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소비자의 오해를 충분한 상담으로 막고자 하는 노력이다.

김 사장은 "의약적 효과를 잘 보여주면서도 부작용이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이지함화장품의 이상"이라며 "비록 현실적으로 이 둘을 100% 만족시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대한 여기에 도전하겠다"고 보다 많은 연구 개발도 약속했다.

이제는 창업 6년 만에 남들도 인정하는 회사를 만든 김 사장이 같이 일하는 직원들에게 하는 말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 사장은 "사람을 키워 인재를 만드는데 보람을 느끼고 싶다"며 "직원 하나하나가 자신의 회사라 느끼고 커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겠다"고 10년 후를 준비하는 이지함화장품의 사장으로써 각오를 밝혔다.

그는 "편하게 먹고 잘 사는 것은 자신의 가치가 어떠한가의 문제"라며 "기쁨과 만족을 느끼고 싶다면 당장의 고통과 싸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앞의 돈 한푼이 아닌 꿈을 위해 달려온 성공비결을 같이 일하는 직원들과 나누고 싶다는 소망이다.

이렇게 아직 나가야 할 길이 더 크기에 김 사장은 지금의 이지함화장품에 결코 만족하지 않는다. 김 사장은 "이지함화장품은 아직 매출 40억원 대의 중소기업에 불과하다"며 "지금까지는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는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당찬 사업 구상을 펼쳤다.

지난해 말 화장품 업계 최초로 벤처 인증을 받고 할인점과 전문점 등 유통망 확장을 위해 새 제품군을 선보인 것도 100억원 대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에 하나다.

하지만 그는 쉬운 길은 사양한다. 매출을 늘리기 위한 손쉬운 방법에는 수익성 악화라는 함정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홈쇼핑이나 화장품 전문점 진출은 순간적으로 많은 매출을 안겨다 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단기간의 매출을 위해 그동안 소비자와 지켜온 가격과 제품 만족에 대한 약속을 깬다면 10년 가는 회사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파격적인 할인과 무리한 덤 끼워주기로 홈쇼핑과 전문점에 접근하기 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좋은 품질과 합리적 가격으로 먼저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인정받은 뒤 유통업체들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올해를 외형 성장과 내실 다지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시점으로 생각하는 김 사장은 10년 후 이지함화장품과 그의 모습에 다음과 같이 자신했다. 김 사장은 "해외에 영업망도 가진 지금보다 크고 탄탄한 회사, 질적으로 좋은 회사가 될 것"이라며 "다른 화장품 회사들이 이지함화장품 직원들을 웃돈을 주고 스카우트 해가는 모습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 지분을 25% 소유한 오너이자 대표 사장인 그는 10년 후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김 사장은 명품의 창시자를 꿈꿨다. 그는 "10년 후, 또는 20년 후 명품 이지함화장품의 역사를 따질 때 내 이름이 나오는 모습을 꿈꾼다"며 "소비자가 다시 살 수 있는 가치를 선물하는 명품의 성공 신화를 현실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김영선 이지함화장품 사장 약력

1968년 인천출생

1991년 이화여대 약학대학 제약학과 졸업

1992년 삼성신약 개발부 입사

1993년 명문제약 마케팅부 근무

1997년 한국존슨앤드존슨 마케팅 메니저

2000년 이지함화장품 대표이사

2001년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2006년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 약리학과 박사과정

2006년 과학의날 과학기술유공자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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