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로벌 금융강국 가는길

[기고]글로벌 금융강국 가는길

김장희 국민은행연구소장
2006.05.08 12:24

 얼마 전 두바이에 다녀왔다. 알려진대로 두바이는 '공사중'이었다. 아직은 페인트 냄새가 물씬 배어나오기는 했지만 두바이 국제금융센타(DIFC)에는 세계 유수의 금융기업 간판이 빼곡하게 들어차고 있었다.

 '우리나라 여의도나 명동의 금융가에 비해 별 것도 아니구만'이라는 독백을 뱉어내긴 했지만 왠지 부럽고 불안하기까지 하였다. 우리나라 금융기업들의 간판이 별로 보이지 않은 까닭만은 아니었다. 제2의 싱가폴 이상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환율효과 덕이라고는 하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대로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규모는 세계 10위에 올라섰다. 개인금융자산 규모도 세계 15~6위를 랭크한다고 한다. 저성장, 저투자로 인해 국내자금 수요는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인데 비해 고령화사회로 급속하게 진전됨에 따라 나이 든 계층이 금융자산축적을 계속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자금잉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국내금융시장에서의 기대수익률만으로는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다 보니 아파트나 토지 등등으로 뭉칫돈들이 몰려 다녀, 돈 된다는 곳엔 이상과열이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이다.

 원화의 가치가 나날이 올라 수출품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후엔 무얼 먹고 살지'라는 걱정이 많다. 전체 부가가치 중에서 금융부문의 비중은 아직 8%를 넘지 못하고 있다. 분명 금융부분의 부가가치창출비중을 높여야 한다.

특히 40조달러를 약간 넘는 전세계 부가가치 중에서 아시아권의 비중이 아직은 20%를 약간 넘는 수준이라지만 10년 뒤엔 1/3 수준까지 올라간다는 세계 저명 연구기관의 전망이고 보니 아시아 금융진출을 통한 부가가치창출 증대전략은 서둘러야 할 현안 과제임이 분명하다. 아시아권은 고성장 뿐만 아니라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투명성이나 개방성이 더욱 확대되었다는 측면에서도 진출의 성공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더욱이 일본은 역사적인 원죄로 인해 아시아의 리더로 결함이 있고, 중국은 덩치는 크지만 아직은 질적인 심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아시아에서 국가경제력에 걸 맞는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도 아시아 금융진출의 필요성을 증대 시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도 외환위기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크게 선진화되었다. 금융기법이나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금융의 삼권분립을 이룬 시스템과 관행 측면에서도 세계 일류수준의 금융기업과 한번 해볼만하다. 특히나 디지털금융의 강국이라는 점은 우리의 자신감을 북돋우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금융규제의 완화나 금융전문인력의 양성, 언어의 문제만이 아니다. 금융의 기본 3요소는 자금,신뢰,정보이다. 자금만 많이 쌓인다고 해서 금융강국이 될 수는 없다.

 국내외를 넘나드는 자금에 대해 빌려주고 빌려 쓰는 사람, 투자하고 투자받는 사람의 신뢰가 중요하다. 빌려주거나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으면 반드시 지키는 신뢰가 중요하다. 법과 금융의 원리에 충실한 것이었다면 당장은 손해를 보는 듯 해도 승복하고 수용할 줄 아는 신뢰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전제가 되는 것은 정보이다. 빌려주거나 투자하고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정보 수집을 위해 서로가 협력하는 일, 정보를 한 곳으로 모으는 일, 수집된 정보를 공통적으로 잘 관리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끼리 치고 받던 옛 경험은 한 두 번으로 충분하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