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원자재가 폭등…우리는?

[기고]원자재가 폭등…우리는?

강창주 대투증권 상품전략본부장
2006.05.10 11:35

[전문가 기고]

최근 실물 원자재시장의 급등 이유를 ‘투기세력으로 분류되는 헤지펀드 자금의 유입, 불안정한 세계정세’와 같은 외부 요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만약 그러한 요인 때문에 재화의 가격이 폭등했다면 재화의 가격은 시간이 지나고 시장이 이성을 찾게 되면 다시 제자리를 돌아간다.

하지만 변변한 천연자원 한 톨 나지않는 자원빈국에 태어나 “시장이 빨리 제자리를 찾았으면” 하고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실물 원자재시장의 급등요인은 상당히 논리적이고 구조적이며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구경제의 복수’. 이는 필자가 3년 전에 접한 실물원자재시장의 폭등을 예측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 제목이다. 어떤 상품이든 간에 공급이 감소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실물원자재 시장에도 이런 단순한 경제논리가 똑같이 적용된다. 생각해보라 90년대 들어 전세계가 IT, 닷컴과 같은 신경제에 매료되어 있을 때 구경제의 대표 주자격인 유전, 광산 등 원자재 관련산업에 어느 누가 열광하며 투자를 했었는지? 정부보조금의 삭감, 골치 아픈 노사관계, 투자수익률 저조 등 갖가지 이유 때문에 신규 투자는커녕 사업을 접는 사태가 속출했었다.

그러는 동안 중국, 인도의 경제가 태동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이 회복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당시부터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선진국의 생산기지역할을 수행했던 중국, 인도가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더 이상 생산이 아닌 소비의 본거지로 탈바꿈하며 전세계 실물 원자재를 블랙홀처럼 빨아 들이기 시작한다. 수요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동안 지속된 저 투자로 인해 지금 당장 지하자원을 개발할만한 공장과 설비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실물원자재 가격은 폭등하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구경제의 복수’가 시작되고 있다.

원재자가격 폭등의 또 하나의 이유로는 ‘달러약세’를 들 수 있다. 전임 FRB의장 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의 치적을 칭송하는 사람들이 많으나 필자는 그의 19년 재임기간 동안 미국경제는 치유할 수 없는 큰 병에 걸려버렸다고 생각한다.

경제가 중병을 앓고 있는데 근본을 치유하기보다는 표면적인 증세만 호전시키는 대증요법에 치중한 결과 미국은 19년 만에 세계최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매 15개월마다 나라 빚이 1조달러(약 940조원)씩 증가한다. 도무지 해결방안이 안 보이는 상황이고 이로 인해 미 달러화 가치는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속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든 실물원자재 가격은 미 달러화로 표시되고 달러화가 약세로 갈 경우 실물원자재의 달러표시 가격은 상승하게 된다.

한국입장에서는 달러화 약세가 실물원자재 가격상승을 상쇄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환율효과보다는 가격상승이 항상 더 크게 작용한다.

최근, 필자는 일본에서 열린 실물원자재 콘퍼런스에 다녀왔다. 짐로저스, 마크파버 등 세계 실물원자재 투자의 거장들이 참가한 이번 회의에서 나온 견해는 최근의 급등현상이 버블이 아니며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 가운데 특히 필자의 기억에 남는 말은 “지금은 투자자들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에 실물원자재를 편입시켜야 할 이유를 찾는 시점이 아니라 편입시키지 않을 경우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는 시점이다”이라고 말한 일본관계자의 말이다. 과연 우리는 실물원자재의 가격 급등에 어느 정도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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