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에 충실, 100년 내다보고 뜁니다"

"원칙에 충실, 100년 내다보고 뜁니다"

대담=김종현 부국장 겸 산업부장
2006.06.22 09:16

[머투초대석]구본균 아가방 사장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아가방 본사 8층. 사장실을 찾아가니 나이 지긋한 분이 직접 나와 정중하게 안내한다.

비서라고 할 정도로 겸손함을 갖춘 그 사람은 바로 아가방 구본균 사장.

구 사장의 첫인상은 역시 '겸손함과 소탈함'이다. 깍듯이 인사하는 구 사장에게선 최고 경영자들에게서 풍기는 위엄이나 권위를 찾아 볼 수 없었다. 그의 태도는 평소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여직원에게는 문을 먼저 열어주고 직원들과 엘리베이터를 타면 문을 잡고 가장 마지막에 내린다.

그러나 업무와 회사 일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단호함을 느끼게 했다. 소위 말하는 외유내강의 전형 같았다.

그런 그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면 직원들에게 어떤 사장으로 기억되고 싶은가?"라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했던 사장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가정이든 회사일이든 원칙에 충실했기에 지금까지 아가방을 키워왔고 샐러리맨에서 시작해 이곳까지 오게 됐기 때문입니다."

구본균 사장과 일문일답.

-전에는 경쟁사가 많았는데 지금은 업계에서 아가방이 독보적이다. 비결은?

▶상품으로나 영업으로나 소비자들의 욕구를 빨리 따라잡는 능력 때문인 것 같다. 우리가 시작할 때 모토가 '아기를 위한 모든 것'이었다. 그래서 한 매장에서 아기 옷, 가구, 신발 등 모든 것을 팔아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당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외국에서는 지금도 아기 옷 매장, 신발 매장 등이 모두 따로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하니 경쟁업체들도 따라오더라. 지금까지 매장 구성 등도 우리가 먼저 하면 다른 업체가 따라오고 있다.

아가방은 업계에서 '인력사관학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경험 많은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회사 출신들이 업계 곳곳에서 큰 몫을 담당하는 걸 보면 오히려 뿌듯하다.

-아가방이라는 이름이 좋은 것 같다.

▶'아기의 모든 것이 있는 곳'이라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다. 아가방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 회사 이름이 인지도가 높다는 것도 큰 자랑이다. 그 만큼 소비자들에게 신뢰받는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 외환위기 이후와 2002년 당시 회사가 어려웠던 걸로 안다. 2004년에는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정상화했다. 특별한 노력이 있었나.

▶환난 직후보다 지금이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다. 무엇보다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시장규모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 할인점이 늘어나면서 브랜드 시장은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유가 상승과 환율 하락으로 수출도 어려워졌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거꾸로 과감한 시도를 했다. 고급 명품 브랜드인 '에뜨와'를 런칭해 고급화 전략을 폈다. 우리의 전략은 시장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졌다. 아이 하나만 낳는 부부가 늘어 소비자들이 아기용품도 명품으로 찾기 때문이다. 고급브랜드는 해외에서도 경쟁력이 되고 있다.

또 제품 외에 유통도 시장의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해왔다. 로드숍에서 백화점 할인점 홈쇼핑에 이르기까지 각 유통형태별로 브랜드 컨셉트를 차별화했다.

-현재 주가가 2만원대 초반이다. 적정 주가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 주가 올릴 자신 있나.

▶시장은 회사를 정확히 평가한다. 2004년 창사 이래 처음 적자가 났는데 지난해에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영업이익도 60% 증가했다. 수익구조를 바꾸는 등 노력한 결과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3년 내 주당순익 5000원대도 가능하다. 또 8만원 아니라 10만원 대 진입도 가능하다고 본다.

-신규 사업이나 새로운 투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수익 구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업 경쟁력 강화 등 핵심역량을 키우는 데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신규 사업보다는 판매망이나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IT 분야나 직원들의 교육 부문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약 30%를 차지하는데.

▶자랑하고 싶은 게 있다. 아가방은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모든 결제를 달러로 하고 있다. 수출품은 원료와 가공도 해외에서 하기 때문에 국내 여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국은 지금도 우리에게는 대단히 큰 의미가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앞으로도 미국은 양질의 거래처를 계속 늘려 수출 양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중국과 베트남은 해외 생산 기지를 위해 진출하였고 특히 중국은 생산 기지 외에도 영업망을 구축해 이미 70여 개의 아가방 매장을 개설했다. 중동 지역은 최근 물량이 크게 늘어 앞으로 전략적인 수출 기지로 기대가 되는 곳이기도 하다.

-저출산 시대, 유아용품 업체로서의 향후 전망이나 대책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이러한 현상을 충분히 예측했지만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저출산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출산율이 10년 전에 비해 40% 이상 하락했고 국내 유아용품 시장도 절반으로 위축됐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이 되레 회사의 체질을 강화시키고 있다.

-10년 후 아가방의 큰 그림을 그려본다면?

▶얼마 전 한 미국 아기용품 업체의 도전을 받았다. 그 회사는 100년 된 회사다. 올해로 아가방은 27살이니 아직 어리다. 앞으로 100년이 되도록 전세계 어머니들에게 최고로 기억되고 싶다. 또 아가방을 보고 ‘한국은 이런 나라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그러려면 회사도 경쟁력을 키워야 하고 내부적으로는 ‘만족 경영’을 해야 한다. 종업원들에게 월급도 많이 주고 주주들에게 배당도 많이 주도록 노력하겠다.

◇약력 △ 서울고 졸업(1969년)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75년) △ 대우실업주식회사 입사(1975년) △ 아가방 이사 (1988년) △ 아가방 부사장(2001년) △아가방 대표이사 사장(2005년 3월)

정리=홍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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