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대적 M&A도 '황금낙하산'은 못뚫는다

적대적 M&A도 '황금낙하산'은 못뚫는다

원종태 기자
2007.01.31 16:19

최근 M&A 방어책으로 도입 크게 늘어..안일한 경영 '방조' 지적도

지난해 12월27일. 정밀화학 제조업체로 코스피시장에 상장한고제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곡물가공 전문업체로 비상장사인 대원GSI가 고제 주식 125만주를 장내매수해 지분율 12.08%를 확보했다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고제의 기존 최대주주였던 CMH홀딩스는 지분률은 6.81%. 대원지에스아이가 월등한 지분차로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극하며 경영권에 먹구름이 몰려온 순간이었다.

당시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권이 대원GSI에 넘어갈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대원GSI의 투자 이력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대원GSI는 지난 2004년에도 대북경협 수혜주인 광명전기 지분을 대거 매집한 뒤 최대주주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고, 주가가 폭등하자 이를 전량 되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바 있다.

고제가 황금낙하산을 도입을 더욱 서두른 배경도 이 때문이다.

황금낙하산 제도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업체들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황금낙하산 제도는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경영진이 실직할 경우 막대한 퇴직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적대적 M&A를 막기위한 대표적인 처방전이다.

고제는 지난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최대주주인 대원GSI에 대한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대표이사 퇴직금은 50억원, 사내이사와 감사 등 퇴직금은 1인당 30억원으로 확대했다. 총 9명의 이사와 감사가 있으므로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추가로 320억원을 지급해야 하는 셈이다.

고제는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임원 보수한도를 대폭 끌어올리거나 아예 정관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이같은 황금낙하산 제도를 더욱 굳건히 할 방침이다.

안정호 전략기획실장은 "지난 1월 도입한 황금낙하산 제도는 이사회에서 퇴직금을 인상하는 방식이었지만 법적 해석이 분분할 수 있어 정기주총에서 임원 보수한도를 높이거나 정식으로 정관을 바꿔 황금낙하산을 정착시킬 계획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사모펀드의 공격을 받은진흥기업(953원 ▼39 -3.93%)도 황금낙하산이 방패막이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GLA사모기업인수증권투자회사2호는 진흥기업 주식 489만주(14.12%)를 사들이며 경영권을 압박했다. 그러나 진흥기업은 이미 2004년에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해 M&A를 통한 퇴직시 대표이사 30억원, 이사(6명) 각 20억원의 퇴직금 지급을 명시해 놓은 상태였다.

진흥기업 자금팀 남종억 과장은 "시가총액이 워낙 작아 적대적 M&A에 항상 노출되다보니 일찌감치 황금낙하산 제도를 도입했다"며 "현재 GLA측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데는 황금낙하산 제도도 일조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ICM을 통해 우회상장한 국내최대 사용자 제작컨텐츠(UCC) 사이트 운영업체 디지탈인사이드도 황금낙하산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올해도 적대적 M&A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의 황금낙하산 도입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3월말 현재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상장기업은 코스피 11개사 코스닥 43개사다. 이후에도 코스피 종목 중 텔레윈(2006년 8월), 큐엔덱코리아(" 9월) 등이 새롭게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상장사협의회 정진교 조사연구팀장은 "황금낙하산 제도는 최대주주 지분율이 미미한 코스닥기업에게는 가장 효율적이고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경영권 방어책"이라며 "올해도 적대적 M&A를 막기위한 상장사들의 황금낙하산 도입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황금낙하산 제도가 기업들의 안일한 경영에 자극제 역할을 하는 M&A를 무조건 가로막는 폐단이 있다"며 안정적인 지배구조속에서 안주하려는 경향이 늘 수 있는 것은 단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황금낙하산이란?기업의 적대적 M&A로 경영진이 임기전 사임할 경우 거액의 퇴직금이나 낮은 가격으로 스톡옵션을 받을 권리를 사전에 정관으로 정하는 제도. 인수비용을 상당부분 높여 사실상 M&A를 막는 방어수단으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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