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외환銀을? 명분·현실성 약한데…"

"농협이 외환銀을? 명분·현실성 약한데…"

임동욱 기자
2007.02.15 20:07

농협이외환은행인수전에 나설 뜻을 비쳤다. LG카드 인수전에도 발을 담궜던 농협이 최근 야구단 인수소동에 이어 외환은행까지 관심범위에 두는 등 거침없는 확장욕을 내보인 셈이다.

정용근 농협 신용부문 대표(사진)는 15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온다면 인수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표가 "정부측이 농협의 참여에 대해 다소 부정적이지만 설득하겠다", "올해 해외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부연한데 비춰 어느정도 의지는 실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시장전문가들은 농협의 외환은행 인수 참가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이다. 공공성 강한 비상장조직이 상업은행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가 명분이 약한데다 합병 시너지나 인수자금 마련 등 현실적 측면에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정부가 주인은 아니나 단위조합의 출자로 이뤄진 조직이라는 점에서 공공성이 강한 신용 및 경제사업조직이다. 태생과 성장과정이 다른 상업은행과 다른 탓에 금융환경 변화 물결 속에서 정체성 시비를 겪고 있다. 신용사업, 경제사업 분리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보험사업인 공제사업은 보험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또 농협공제 문제는 FTA협상에서도 미국측이 문제제기 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같은 분위기속에서 농협이 대형상업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시장의 판단이다. 한 시장전문가는 "특수은행 성격이 강한 농협이 외환은행 같은 시중은행을 인수하려 한다면 정부의 금융기관 민영화 정책에 역행하는 셈"이라며 "물론 돈만 있다면 인수를 못할 것도 없지만 좋은 그림은 아니다"고 말했다. 농협이라는 비상장사가 상장사를 인수하게 되는 모양새여서 지배구조면에서도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시너지나 자금조달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 증권사의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는 "외환은행은 해외네트워크가 잘 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인데 농협과의 시너지 효과는 의문"이라며 "정 대표가 외환은행에 대해 이리저리 상세히 살펴보고 한 발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외환은행이 최근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며 다른 은행에 뒤지지 않는 수익성을 보여주고 있는데다 한번 딜이 깨졌기 때문에 인수를 위해서는 자금이 예전보다 많이 들어갈 것"이라며 농협의 자금조달 능력에 대해 의문점을 제기했다.

이날 정 대표도 "LG카드 인수전 당시 농협이 주식회사가 아니어서 (자금조달에) 불리했다"고 말했다. 농업법 137조에 따라 농협은 자본금의 15% 이내에서만 외부출자가 가능하다. 이때문에 농협은 자체자금으로는 최대 1조3000억원 가량을 출자할 수 있고 나머지 1조3000억원 이상의 자금은 외부에서 펀딩해야 한다. 이는 과거 LG카드보다 매각액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농협의 자금마련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대해 농협 측은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농협 관계자는 "이날 정 대표의 발언은 만약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오고 사회적 분위기가 토종자본인 농협이 참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미"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지난 1월 중순 국회에서 열린 '론스타 이후, 외환은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공청회에 발제자로 나선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금융기관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매수주체에 농협 같은 '토종자본'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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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바이오부장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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