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밀라노 프라다 본사를 가다.."후속작품 기대하라"
# 패션의 본고장, 밀라노의 프라다
세계적인 패션의 도시, 이탈리아 밀라노 중심부에서 별로 벗어나지 않은 비아 안토니오 포가짜로 거리. 전차와 자동차가 뒤섞여 다니는 2차선 도로를 건너자, 바로 그 유명한 '프라다' 본사 후문이 보였다. 거리는 생각보다 한적했고, 건물은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본사가 맞을까 싶을만큼 소박했다. 'PRADA'를 표시하는 간판은 건물 어느 귀퉁이에도 없었다. 심지어 안내실조차 간판이 없었다.

한 중년신사가 반갑게 나와 한국 손님들을 맞는다. 프라다 홍보실장인 프란체스코 롱가네시 카따니씨다. 그의 인도하에 간단한 절차를 마치고 들어선 프라다 본사 마당. 인기척이 별로없는 마당을 떡하니 버티고 있는 대형구조물이 시선을 잡아당겼다. 수영장에나 어울릴 것같은 미끄럼틀 아닌가.
그런데 이 미끄럼틀이 그냥 미끄럼틀이 아니라고 한다. 벨기에 출신의 조각가이자 아티스트인 카르텐 헬러씨가 프라다의 수석디자이너 뮤추아 프라다를 위해 만들어준 작품이라는 것. 카따니 홍보실장은 미끄럼틀이 뮤추어 프라다의 방과 바로 연결돼 있으며, 뮤추아 프라다는 마음에 들지않는 제품을 이 미끄럼틀로 집어던질 때도 있다며 농담섞인 설명을 했다. 뮤추아 프라다는 1913년 프라다를 창업한 마리오 프라다의 손녀. 현재 프라다 CEO는 그녀의 남편인 파뜨리치노 버텔리가 맡고 있다.
분기별 3000~5000점의 신제품들은 모두 뮤추아 프라다의 손길을 거쳐야만 세상밖으로 나올 수 있다. 그만큼 그녀의 눈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LG전자와 공동 개발한 '프라다폰' 역시 뮤추아 프라다의 손길을 거쳐 세상에 나온 프라다의 첫 휴대폰이다.
# '기술+패션'의 만남을 뛰어넘어
본사내 신제품 패션쇼 전시장도 있다는 카따니씨의 설명을 들으며, 들어선 방은 작은 세미나룸. 국내에서 구경조차 할 수 없었던 '프라다폰'을 이곳에서 처음 만질 수 있었다. 손자국이 걱정될 정도로 매끄러운 표면의 반사광이 고급스럽다. 블랙톤이 아니라면 느낌을 살리기 힘들겠다 싶은 생각이 잠시 스쳤다. 숫자와 메뉴버튼없이 3인치 액정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터치하면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바타입의 터치스크린과 블랙톤 디자인의 매칭이 조화롭다.
일행과 함께한 LG전자 마창민 MC해외마케팅담당 상무의 '프라다폰' 설명이 그칠줄 모른다. 그러는 사이, 훤칠한 키의 한 남자가 들어서며, 자신을 프라다 신규사업기획총괄 부사장이라고 소개했다. 쟈코모 오비디 부사장이다. 마 상무와 더불어 '프라다폰'을 세상에 내놓게 만든 장본인인 셈이다.

"프라다폰은 호감을 자극하는 디자인이지만, 그것 이상의 의미를 찾고 싶다"고 말문을 뗀 오비디 부사장. 그는 '프라다폰'은 단순히 휴대폰에 '프라다' 상표를 붙인 제품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제품의 기획부터, 메뉴디자인 심지어 벨소리까지 LG전자와 프라다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작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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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디 부사장은 "패션과 기술의 만남이라는 표현은 자제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업영역 확대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프라다폰'은 수량을 제한시켜 특정대상에게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는 점, 이벤트성 제품이 아니라는 점, 오직 프라다 제품이라는 점에서 '패션+기술'보다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비디 부사장은 '프라다폰'에 대한 애정만큼이나 LG전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해보였다. '프라다폰 by LG'라고 표현한 오비디 부사장은 "만일 LG가 휴대폰에 프라다 로고만 박겠다는 생각으로 찾아왔다면 우리는 함께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서로의 컨셉이 통했기 때문에 파트너쉽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LG전자와 프라다의 만남을 '결혼'에 비유한 오비디 부사장은 "결혼은 행복과 불행을 함께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프라다폰'의 성공과 실패를 모두 LG와 함께 나누겠다고 말해 러닝로열티로 맺어진 두 회사의 수익배분 구조를 드러냈다.
이날 처음으로 블루투스 방식의 '프라다폰 헤드셋'도 공개됐다. 오비디 부사장은 "LG전자와 프라다는 타협하지 않는 품질(Uncompromised Quality)과 전통(Tradition), 혁신 (Innovation) 3가지 공통점을 살려 협력을 다지겠다"고 밝혀, 두 회사의 제품개발이 지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 "프라다폰으로 그치지 않는다"
LG전자가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프라다'를 찾은 것은 지난 2005년 12월쯤이다. 마창민 상무는 당시를 회상하며 "처음 프라다를 찾았을 때만 해도 '프라다폰'이 이렇게 탄생할줄 몰랐다"고 했다.
첫 방문이후 프라다는 LG전자에게 정식으로 미팅을 요청했고, 이후 두 회사의 만남은 급물살을 탔다. 거듭된 만남에서 프라다는 LG전자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휴대폰 개발방향에 대해 적지않게 감탄했다고 오비디 부사장은 말했다. 수많은 기업들이 프라다를 찾아왔지만 LG전자만큼 열린마음으로 협력한 기업은 드물었다는 것이다.
'윈윈'에 대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두 회사는 이듬해인 2006년 3월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프라다폰' 개발에 프라다가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같은해 12월 12일 프라다 버텔리 CEO가 LG전자를 전격 방문하면서 두 회사는 '프라다폰'을 뛰어넘은 신뢰를 쌓게 됐다는 게 마창민 상무의 설명이다.
프라다 역시 LG전자를 통해 많은 부분을 새롭게 배웠다. 오비디 부사장은 "프라다폰을 LG와 협력해서 개발하면서 휴대폰 시장에 대해 배웠고, 매스마켓에 접근하는 방법도 배웠다"면서 "프라다폰은 프라다가 휴대폰 사업에 뛰어든 것이라기보다 '프라다적인 것'을 만든 것일뿐"이라고 했다.
LG전자의 우수한 LCD 기술력을 익히 알고 있던 프라다는 앞으로 LG전자와 더불어 LCD 기술을 접목한 제품개발 가능성도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딱히 어떤 제품이라고 정한 것은 아니지만, LG라면 함께 할 수 있다는 신뢰를 굳힌 듯 보였다. LG에 대한 강한 신뢰감을 표시하듯 오비디 부사장은 다른 일정에도 불구하고 예정시간을 넘긴 취재진의 질문에 끝까지 성의를 다하며 "올해안에 다음 스텝을 내놓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프라다폰을 탄생시킨 주역인 마창민 상무 역시 "LG전자와 프라다 사이에는 전통을 중시하되, 혁신을 추구하는 정신과, 소비자 이용에 불편함 없는 편리한 기능을 필수요소로 여기는 데 커다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두 회사는 이번 프라다폰 출시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더욱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