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신약·조일알미늄 설치계획…독립성 약화ㆍ선임절차도 문제
이사와 회사 오너(대주주) 견제를 위해 설치돼야 할 감사위원회가 규정 미비로 대주주 입맛대로 오용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배당 정책, 임원 선임 등을 두고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고 있는일성신약(23,800원 ▲1,050 +4.62%)(제약업체)과조일알미늄(1,270원 0%)(알루미늄 압연업체)은 최근 주주총회 의안 공시를 통해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변경할 뜻을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이 같은 안이 확정되면 이들 회사에서는 감사의 기능을 감사위원회가 대신하게 된다.
이들 회사 소액주주들은 이에 대해 대주주들이 소액주주가 추천하는 감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 꼼수를 썼다며 반발하고 있다.
다른 이사를 선출할 때와 달리 감사 선출 안건의 경우엔 최대 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아무리 많은 지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단 3%의 의결권밖에 행사할 수 없다. 감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면 감사위원회 위원은 선임절차상 이 같은 의결권 제한 규정이 부족하거나 미비돼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선임을 결정하게 된다. 감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감사위원회 제도가 오히려 대주주의 의향에 따라서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학계에서도 감사는 독립적인 지위가 보장되는데 비해 감사위원회는 이사회내에 속하고 위원 선임절차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에서는 감사위원회 도입 이전에 소액주주와의 충돌이 지난해부터 계속 이어져왔다. 일성신약 소액주주들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내세운 감사 선임을 부결시켰고 조일알미늄 일부 주주들도 차등배당(소액주주-대주주간)과 소액주주 추천 감사 선임을 요구해 왔다.
감사위원회 도입에 대해서도 주주와 회사측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조일알미늄 소액주주들은 대행사를 통해 이사회 결의(감사위원회 도입)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고 일성신약 소액주주들도 대주주 뜻에 맞는 감사 선임이 어렵자 편법을 썼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양사는 감사위원회 제도는 증권거래법을 통해 회사가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정당한 제도라며 회사 경영진을 폄훼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또 감사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변경을 위해서 까다로운 조건(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찬성 등)이 붙는 것도 이들의 주요 대항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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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회사와 소액주주간 설전과 더불어 입법 보완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철송 한양대 교수(법학)는 저서를 통해 "감사위원회는 독립성과 선임절차 등에서 감사제도를 능가할 수 없다"며 "미국식 제도라는 이유로 도입됐지만 미국에서도 기업이 자율적으로 채택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김재형 박사(법학)도 논문을 통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에서는 소액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집중투표제 같은 장치가 첨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재정경제부는 상장사들의 지배구조, 재무활동 등 관련법률을 정비(상장법인 관련 법률안 입법예고)하면서 감사위원회 관련 내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항 정비를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