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직 돈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한평생 몸담은 조직에서 언젠가 임원이 되고 싶다는 희망은 직장인들의 목표인데..."
최근 국책은행의 이사자리를 놓고 벌어진 소동을 본 젊은 직원들은 허탈해 했다. 고참 직원들은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며 자리를 피했다.
최근 정부는 내부직원이 아닌 외부인도 기업ㆍ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의 상임이사직에 앉을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할 것을 해당은행 경영진에 지시했다. 이에 정부가 최대주주인 이들 은행들은 지난 5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뜻에 맞게 정관개정을 의결했다.
이에 대해 내부직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각 은행 노조는 임원실을 막고 이사회장을 사전 점거하는 등 물리적 대응에 나섰지만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은행측 움직임까지는 막지 못했다.
언뜻보면 이들의 반발은 안정된 직장에서 자기 밥그릇을 챙기려는 '보신주의' 또는 '순혈주의'로 여겨질 수 있다. 경영의 투명성 및 혁신성 제고를 위해 이사직을 외부로 개방하겠다는 정부의 의도에 맞서는 '발칙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직 내부를 살펴본다면 사정은 다르다. 이들 은행들의 CEO와 감사자리는 각각 대통령과 재정경제부 장관이 임명하는 까닭에 사실상 '정부 몫'이다. 이같은 현실에서 내부직원들이 현실적으로 꿈꿀 수 있는 자리는 단 6자리로 한정된 이사직이다.
이사직은 각 은행의 본부장 역할을 수행하며 각 분야의 실무를 총괄하는 중추적인 자리다. 말단시절부터 업무를 익히며 해당 업무분야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고도로 축적한 유능한 직원들이 이사에 발탁돼 왔다. 실제로 현재 재임중인 이사들은 지난 70년대 중반 은행에 입행, 각각 약 30년간 실무경험을 거쳐 '별'을 달았다. 해당업무에서 수십년간 '한우물'만을 판 전문가를 능가할만한 외부인사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 정부도 '신도 들어가고 싶다'는 직장이라는 국책은행의 한 자리가 아쉬운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