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상품구조 창구직원도 '깜깜'…콜/풋옵션 매도 -99% 손실
"정말 원금 손실 위험은 없는 건가요?"
18일 대신증권사 여의도지점. 개인투자자 A씨는 주가연계증권(ELS)에 가입하기 위해 판매창구 직원과 상담했다. 2년만기의 '대신ELS 372호 투스타 4찬스' 상품을 소개받았다. 조기상환시 수익률이 연12.5% 라는 말에 솔깃했다. 만기까지 가도 기초자산인 삼성중공업과 LG필립스LCD의 주가가 기준시점보다 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도 보장된다는 말도 구미를 당겼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원금 손실 가능성은 얼마나 되냐고 되물었지만 판매직원은 같은 말만 되풀이한다. "워낙 우량주라 -5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게다가 원금의 90%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안전합니다."
국내증권사가 ELS를 '불완전판매'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입고 있다. 상품구조에 대한 불충분한 설명과 '풋옵션 매도'같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원천적으로 불리한 수익구조 등으로 개인투자자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20일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올들어 만기가 도래한 공모 ELS는 모두 334개. 이중 손실을 기록한 것은 3개. 또한 은행이자(연 5%)를 밑돈 것도 19개에 달한다. 전체 공모 펀드의 6.5%(22개)가 은행이자보다 낮은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 올 상환 공모 펀드중 6.5%는 은행이자 밑돌아
문제는 ELS의 원금 손실 위험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개인고객들이 손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은 ELS의 손실위험을 창구직원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해 이를 충분히 알지 못한채 투자했다며 손실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18일자로 -89%의 손실이 확정된 굿모닝신한증권의 '해피엔드 ELS One Top'도 불완전판매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년전 굿모닝신한증권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만기시 삼성전자 수익률이 코스피200 수익률보다 10%까지 낮아도 원금을 보장한다"고 발표했다. 원금손실 위험에 대해선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전자가 코스피지200을 밑돈 경우가 없었으니 안심하고 투자하라고 권유했다.
'해피엔드'에 투자한 한 고객은 "삼성전자가 대장주니까 코스피200지수를 밑돌 가능성은 거의 없으니 안심하라"며 적극 투자를 권유받았다며 "창구직원으로부터 원금손실에 대해선 한마디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굿모닝신한증권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정하고 고객들의 불만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한 관계자는 "투자원금이 10분의 1토막 났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판매수수료를 되돌려 주자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했지만 금융감독당국에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강력히 저지해 결국 포기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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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자는 또한 "600여명 투자자들이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경우 회사측은 최대한 배려해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 '무한 손실위험' 내포한 ELS 개인 판매는 증권사의 책무위반
리스크 전문가들은 '풋옵션 매도' 일변도의 ELS 판매관행은 더욱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발행되는 대부분의 '투 스타' ELS는 '풋옵션 매도' 구조다. 이것은 기초자산이 기준시점보다 상승할 경우 이익은 한정(조기상환 수익률)되지만 반대로 상환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원금을 모두 다 날릴 수 있는 수익구조다.
증권사들도 이같은 위험을 잘 알고 있지만 '풋옵션 매도'구조를 고집하는 것은 '원금보장형'이나 '원금손실 한정형'보다 기대수익률이 높아 개인고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해서다.
'풋옵션 매도'형의 대표적인 예가 지난 2월6일 -45%의 손실로 만기청산된 삼성증권의 ELS다. 지난해 2월초 SK텔레콤과 기아차를 기초자산으로 발행됐지만 기아차의 주가하락으로 84억원의 투자원금은 만기날 46억원만 지급됐다. 기아차 주가가 30%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은 보장되는 구조였지만 기아차 주가가 1년후 반토막 나면서 -45%의 손실을 기록한채 만기청산됐다.

이와 유사한 구조의 ELS를 편입한 펀드중에서도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오는 8월중순 만기청산될 알리안츠자산운용의 '해피엔드2 파생상품G1' 가 대표적인 펀드다. 이 펀드는 굿모닝신한증권의 ELS를 편입하여 원금을 거의 다 까먹은 상태다. 18일 현재 -99%의 손실을 입고 있다.
◇ '해피엔드' 편입 ELF는 -99%손실중
굿모닝신한증권의 ELS는 기준가 대비 코스피200지수가 20%내에서 상승하거나 하락할 경우 6개월마다 3.5%의 수익률로 조기상환된다. 지수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경우 이익을 얻지만 반대로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대규모 손실에 노촐되는 구조다.
이 펀드에 편입된 ELS는 콜옵션과 콜옵션을 동시에 매도한 '스트래들 매도'구조로 이익은 연 7%로 한정되지만 손실은 100%발생가능한 구조다. 설정이후 코스피200지수가 108%이상 급등하면서 원금을 거의 다 까먹는 사상초유의 손실이 발생했다.
CJ자산운용이 2005년 2월 25일에 설정한 'CJX투스타Ⅳ 파생상품8'도 -46%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이 펀드는 하나증권이 발행한 ELS를 편입하고 있다. 6개월마다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비교시점 주가의 85%이상일 경우 4.5%(연 9%)로 조기상환 수익구조다. 하지만 삼성SDI 역시 반토막 나면서 펀드원금도절반가량 날라갔다.
익명을 요구한 모 증권사 리스크관리부서장은 "증권사들이 개인고객을 '매도 포지션'에 노출시키는 ELS를 판매한후 원금손실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은 병주고 약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알리안츠의 경우처럼 '스트래들 매도'는 무한대 손실 구조이기 때문에 파생상품 전문가들도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매매전략"이라며 "당시 판매사나 운용사에서 이같은 위험을 제대로 설명했는지 회의적이다"고 지적했다.
또한 "풋옵션 매도는 투자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어 개인고객에게 이같은 구조의 ELS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미국 증권업계 영업방침은 국내증권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
◇어떤 종목도 3년에 40%하락 가능... ELS 위험손실 갈수록 급증
삼성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 알리안츠자산운용 등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기관들은 "판매당시에 이같은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며 "일부 개인고객의 손실은 마음아프지마 ELS시장발전을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해명하는데 급급하다.
하지만 ELS의 대규모 손실은 앞으로 더욱 더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고 리스크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뿐만 아니라 한중, 한EU FTA 체결로 국내기업의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변할 경우 기아차 삼성SDI처럼 대형주중에서도 40%이상 하락할 종목들이 속출, ELS의 대규모 손실발생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경고한다.
특히 ELS의 기초자산을 결정하는 금융공학자들의 미래산업 예측능력이 부족해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단순히 과거 주가움직임이나 두 종목간 상관관계를 토대로 기초자산을 결정하는 현재의 관행이 유지되면 ELS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대해 김 신 미래에셋증권 장외파생상품본부장은 "내부 리서치인력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기초자산을 선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개별종목의 주가변동성은 사실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급적 인덱스를 기초자산하는 ELS를 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