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뜨니' 극장은 '찬밥'

여행이 '뜨니' 극장은 '찬밥'

이규창 기자
2007.07.03 16:14

엔터·레저산업, 극장에서 여행으로 중심 이동

국내 레저 및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축이 극장에서 여행으로 이동하면서 증시에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엇갈리고 있다.

3일하나투어(40,950원 ▼1,050 -2.5%)의 주가는 장중 9만8000원까지 상승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한 지 보름만에 1000억원이 더 불어 코스닥 시총순위 7위로 올라섰다.

△해외여행, '환율 하락+주 5일 근주제' 레저산업 중심축으로

하나투어의 주가상승은 실적과 업황이 뒷받침한다. 6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하는 등 실적호조세가 지속되고 원화강세로 인한 해외여행객 증가세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비자면제 기대감 등 긍정적인 전망도 잇따른다.

모두투어의 주가가 연초 대비 80% 이상 상승했고롯데관광개발(16,320원 ▼1,800 -9.93%)도 40% 가량 주가가 올랐다. 세중나모여행과 자유투어의 주가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체인 파라다이스도 연계된 여행사업을 추진하면서 최근 1년여만에 주가 4000원을 회복했다.

여행업종이 전반적인 '리레이팅'으로 주가가 상승 랠리를 하는 동안 CJ CGV 등 멀티플렉스 극장업체들은 좀처럼 '바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 CGV(4,690원 ▼230 -4.67%)의 주가는 2005년 3월 3만5000원대 주가를 기록한 이후 내림세를 탔고 작년 9월 이후 1만5000원대로 급격히 추락한 이후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플렉스(2,515원 ▼200 -7.37%)역시 2006년 7월 4만4700원을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주가가 하락해 올해 3월 1만4300원으로 저점을 형성했다. 5월 이후 '디워'의 미국진출 기대감 등으로 주가가 상승했지만 외국인 지분율은 오히려 줄었다.

△'마니아' 없는 극장은 레저산업.. 여행업종 성장으로 매출급감

두 업종의 주가가 엇갈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엔터테인먼트 대표 산업인 '극장'이 여행과 함께 레저산업에 속해있어 한쪽으로 중심축이 기울면 그만큼 다른 업종에 타격이 오기 때문이다.

CGV, 메가박스(미디어플렉스) 등 영화관은 2005년까지 한국영화가 강세를 보인 흐름과 함께 성장했다. 그러나 '1000만 관객'을 돌파한 국내 극장사업은 마니아 등 고정수요층이 뒷받침되지 않은 레저산업이어서 대체할 산업이 성장하면 언제든 거품이 꺼질 위험요소가 상존했다.

2005년 이후 극장산업에 호재로 작용했던 주 5일 근무제가 여행 수요를 촉발시키는 한편 원·달러와 원·엔 환율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일본, 중국 및 동남아 해외여행객이 늘어나 극장수요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하나투어의 연간 실적만 봐도 확인 가능하다. 하나투어는 2004년 매출액이 798억원이었으나 20005년 1110억원, 지난해 1663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최소 2000억원과 400억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반면 작년 영화계는 2005년까지의 호황에 기대 영화 제작편수가 급증했고 극장도 확장정책을 고수했다. 결국 수준 낮은 작품에다 극장까지 '질'보다 '양'으로 경쟁하면서 상영관당 관객수가 급감하며 실적이 악화됐다.

△극장에만 기댄 제작사, 극장 늘린 CJ CGV '동반 추락'

대형 멀티플렉스 3사는 극장을 늘리는 확장정책을 취해왔고 그중에서도 가장 공격적으로 상영관을 늘린 CJ CGV는 관객수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CJ CGV는 2005년 31개에서 내년까지 62개로 사이트를 늘릴 계획이다. 직영점을 작년 5개에 이어 올해도 9개나 늘려 비용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실례로 1분기 매출 감소폭은 작았지만 비용 증가로 수익성 악화가 계속됐다.

매점과 광고수익 증가에도 불구하고 티켓판매가 감소해 매출액이 705억원으로 줄었고 인건비 등 판관비 상승으로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3%나 줄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늘었지만 순이익이 줄었고 올해는 수익성이 더 악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CJ CGV 계열인 CGV와 프리머스가 각각 97개, 76개 스크린을 늘린 반면 경쟁사인 메가박스는 46개로 증가폭은 적었지만 주요 상권에 위치해 효율성은 높았다. 롯데시네마도 상영관을 99개나 늘었으나 롯데백화점과 이마트 등 모기업 롯데쇼핑의 모객 효과가 주요기능인 점을 감안하면 CJ CGV에 비해 타격은 적다.

게다가 극장사업의 침체는 영화제작과 배급사업의 침체로 직결돼 지난해와 올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불황을 초래했다. 극장사업과 연계된 CJ엔터테인먼트, 쇼박스(미디어플렉스) 등 투자배급사는 물론 제작사들도 그동안 극장수익에 기대온 탓에 피해가 컸다.

국내 영화 마니아(고정수요층) 시장은 불법 다운로드와 DVD 대여수요로 이동했고 극장은 레저수요의 일종으로 봐야 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탓에 제작사들은 DVD 등 저작권 수익확보 노력을 소홀히했다.

한 때 출판업도 대여시장이 커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적극적인 단체행동으로 호전시켰다. 그러나 영화제작업은 스크린쿼터에 집착한 반면 DVD 등 저작권보호 노력에 소홀해 스스로 수익다변화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다. 호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업황 속에 영화산업 주체들의 현명한 경영판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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