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야기]절름발이 외환시장

[환율이야기]절름발이 외환시장

홍재문 기자
2007.07.08 09:08

통계상으로 보면 서울외환시장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달러 현물환의 경우 하루 거래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을 때가 종종 나오고 있다. 스왑시장 규모도 커지고 옵션시장도 이제 일부 은행의 전유물이 아니라 대다수 금융기관이 참여하는 보편적인 시장이 됐다.

그러나 커가는 외형에 비해 내적인 질은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선물환 거래의 비대칭성 때문에 갖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소문을 내지 않으면서 대규모 시장개입을 단행했던 지난 5월과 달리 외환당국이 이번엔 대언론 홍보전으로 맞서 싸웠다.

그러나 920원선을 다시 내주는 모습에 비추어 당국의 의지가 시장에 제대로 투영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원화가치가 과도한 고평가라는 데 이견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조선업체를 필두로 한 선물환 매도세가 그치지 않는 한 어떤 경고나 설득도 시장에 먹혀 들지 않는다.

단기외채 급증 및 원화 유동성 증가에 스왑시장이 한미 금리차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의 주범은 단 한가지다. 서울외환시장에 선물환 매도만 있고 매수는 없는 비대칭적 구조 때문이다.

5년까지 이르는 초장기 선물환 매도에 나서고 있는 조선업체에게 달러를 처분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수주가 활황을 보이면서 이익이 급증하고 주가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치솟는 등 역대 최고조의 상태를 즐기고 있는 조선업체가 앞으로의 수주에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보면서 수주 금액에 대해 계속해서 헤지를 하겠다는 데 말린 방법이 없다.

환율이 오르면 가장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수출기업이 오히려 달러매도의 선봉에 서서 환율을 낮추고 있는 건 아이러니지만 거래 당사자 각자가 책임을 지는 환전략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조선업체의 달러매도 자체가 아니라 이들의 달러매도 주문이 선물환이고 이에 대응할 선물환 매수가 시장에 없다는 것이다.

조선업체가 선물환 매도 주문을 내놓으면 은행은 현물환으로 매도해야 한다. 현물환시장엔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선물환시장에는 이를 처리할만한 유동성이 없기 때문.

원/달러환율이란 현물환인데 현물환 시장에 매도주문이 나오면 환율은 내려가게 된다. 당국이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면 시장개입을 통해 달러를 매수하면 된다.

지난해 5월이후 현물환 저점이 5월 927원, 12월 913원, 올해 5월 922원, 지난주 917원인 것에서 보듯 920원선이 마지노선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은행이 현물환을 매도한다는 것은 달러를 팔고 원화를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업체로부터 받는 달러는 선물환이다. 현물환 매도의 결과로 당장 거래 상대방한테 줄 달러가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은행은 달러를 차입하게 된다.

조선업체가 100억달러의 선물환을 매도하면 은행은 현물환 100억달러를 매도하고 단기외채 100억달러를 끌어 쓰는 결과를 초래한다. 때문에 단기외채가 급증하는 현상을 빚고 있다.

현물환율은 개입으로라도 하락을 제어할 수 있는 반면 선물환 매도주문 일색으로 선물환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한미 금리차를 반영해야 하는 스왑가격이 떨어진다.

스왑가격이 금리차 밑으로 떨어지면 아비트러지가 형성된다. 0.25%에 불과한 일본 엔화를 차입해서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와 달리 달러캐리 트레이드도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 경우 투기적인 달러매도세마저 가세하게 된다.

이런 사실을 아는 당국은 이자비용이 손비로 인정되는 차입금 한도를 기존 6배에서 3배로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물환 매도분을 충족시키던 단기차입에 제동을 걸어 선물환 매도를 간접적으로 제어하면서 선물환 시장의 비대칭성 해소를 꾀하고 개입 효과도 내보자는 의도다.

그러나 선물환 매도만 있는 서울외환시장의 현실이 야기하는 숱한 문제 또한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는 현물환율에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수주금액을 무조건 팔아야 이익을 본다는 현재까지의 확신을 깨버려야만 환율도 바로잡고 절름발이 시장도 치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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