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매입후 5% 공시..'이럴수가'

거짓 매입후 5% 공시..'이럴수가'

유일한 기자, 서명훈, 김성호
2007.07.09 18:28

증권사 직원, 거짓으로 서울증권 5% 지분 보고

'실제 사지도 않은 지분으로 5% 공시를 감행하다'

SK증권(1,840원 ▼159 -7.95%)에서 발생한 5%지분 허위공시 사고는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다트(DART)'의 핵심 공시사항인 5% 지분공시(5%룰)의 근간을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공시 지연, 추가매매 보고 문제 등 지엽적인 문제로 5%룰이 지적받은 적은 있다. 이번에는 성격이 다르다. '큰손' 개인의 매매를 위임받은 증권사 직원이 사지도 않은 주식을 샀다고 거짓으로 꾸민 후 5% 지분 공시를 하는 다소 황당해보이기까지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사고가 다른 기업들을 대상으로도 이뤄졌다고 가정할 경우 투자자의 혼선과 시장의 불신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유령주식으로 5% 황당한 보고= 사고가 일어난 주식은 유진기업과 한주흥산이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한치 양보없는 경쟁을 벌였던 서울증권. 코스닥기업도 아닌, 코스피시장의 증권사였다는 점에서 충격은 적지않다. 거짓 매매를 기반으로 이뤄진 5% 공시를 보고 판단을 내린 투자자들은 할 말을 잃은 듯한 표정이다. 이 공시를 바탕으로 서울증권을 둘러싼 수많은 인수합병(M&A) 기사가 작성되기도 했다.

SK증권의 Y씨는 지난해 7월 '큰손' 장세헌 제일진흥 회장으로부터 서울증권 주식을 아들 A씨 계좌로 사서 특수관계인 지분을 5%이상으로 늘리고 5% 공시를 하라는 부탁을 받았다. 이에 Y씨는 7월13일부터 18일까지 3거래일(결제기준) 동안 81만4500주를 추가매입했다. 이로써 서울증권에 대한 장 회장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5%로 늘어났고 21일 장 회장은 5% 공시를 다트에 올렸다.

당시서울증권(4,415원 ▼300 -6.36%)은 장 회장의 공시 직전 강찬수 회장의 지분을 유진기업이 인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열하는 등 한주흥산과 유진기업간 인수합병(M&A) 공방이 치열했던 때였다. 장 회장의 등장은 팽팽하던 인수전에서 캐스팅보트를 쥐는 동시에 차익을 얻기위한 전략으로 평가받았고 주가도 이에 자극받아 상승세를 보였다. M&A 기대감이 한층 고조된 것이다.

그런데 A씨가 사들인 서울증권 주식은 실체가 없는 '유령주식'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계좌를 통해서는 단 한주의 매수가 발생하지 않았던 것이다. 머니투데이가 확보한 A씨의 작년 6월 이후 매매내역을 보면 A씨는 5% 공시에 명기된 7월은 물론 작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주도 서울증권 주식을 사지 않았다.

Y 씨는 나아가 올 3월22일 A씨가 지분을 모두 처분해 장 회장의 지분율이 5% 아래로 줄었다는 공시를 했다. 3월16일부터 20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81만4500주를 모두 처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A씨의 매매내역에는 이같은 사실이 전혀 없다. A씨는 다른 위탁계좌가 없다.

한 특수관계인은 "Y씨는 사지도 않은 주식을 사서 5% 공시를 했고 또 이를 모두 처분했다는 공시를 해 허위사실을 시장에 유포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탄했다.

◇사후관리 미비 허점 이용한 듯= 금융감독원은 현재 5% 지분 공시와 관련 장외거래로 매입한 경우 매매계약서를 첨부하고, 장내거래인 경우 증권사가 발급하는 해당 계좌의 매매체결보고서를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는 서류를 첨부하지 않아도 된다. 5%룰의 문제에 대해서는 사후관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Y씨는 위조한 매매체결보고서를 첨부해 5% 공시를 단행하는 사기극을 벌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사후관리가 이뤄지는 5%룰의 헛점을 이용한 것이다.

증권사의 허술한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통시장의 근간이 되는 공시체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라며 "거래내역서를 첨부하기 위해서는 지점장의 승인을 받아야하는 것으로 아는데, 전혀 이에 대한 감시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장 회장에게 5% 보고의무가 있는 만큼 증권사에 맡겼더라도 관리자로서의 의무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태를 정확하게 파악한 후 검찰통보, 경고, 주의 등의 제재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은 5% 공시를 해야하는 의무에 비해 의무를 이행한 것에 대한 당국의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않는 사례"라며 "제도보완을 통해 5%룰이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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