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표ㆍ디자인 '감성시대'

[기고]상표ㆍ디자인 '감성시대'

이태용 특허청 차장
2007.07.30 11:07

최근 우리 기업과 사회전반에 걸쳐 브랜드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제품의 기능, 품질이나 가격 보다는 소비자들의 기분, 감정, 심리 등 감성적인 자극과 경험을 통한 고객과의 유대 강화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감성마케팅이 유행하고 있다.

이는 상품의 성능이나 품질수준이 평준화되면서 단순한 비교우위가 곤란하여 제품차별화나 가격차별화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서로 비슷한 기능과 품질을 가진 자기의 상품을 다른 것과 차별화시키기 위하여 독특한 브랜드와 디자인, 그리고 오감(五感)을 자극하는 다양한 경험과 기발한 광고 등을 결합한 감성적인 마케팅방법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문맹(文盲)이라는 단어가 과거처럼 글자를 깨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쓰인다고 한다. 문맹의 판단기준이 ‘지성’이 아닌 ‘감성’으로 변한 것처럼, 소비자들의 상품의 선택기준도 기능이나 가격이 아닌 감성으로 변화하였고 그러한 감성의 정점에는 상표(브랜드)와 디자인이 위치하고 있다.

상표란 타인의 상품과 구별 짓기 위한 기호나 문자를 일컫는 일체의 감각적인 표현수단이다. 디자인은 다른 상품과 차별화시키는 외관 형태로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접점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기억 속에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상표, 첫인상이 좋은 디자인을 갖춘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상표의 중요성은 잭 트라우트(Jack Trout)의 “마케팅 불변의 법칙(The 22 Immutable Laws of Marketing)”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22개 법칙 가운데 하나인 ‘기억의 법칙(Law of the mind)’에 대한 내용을 보면,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뇌리 속에 깊게 각인시킬 상표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부르기 쉽고 친숙하며, 기억하기 좋은 이름이 그것이다.

초기 다섯 개의 퍼스널 컴퓨터 회사 가운데 ‘애플’을 제외한 다른 곳은 현재 사라지고 없다. 우리는 코모도-펫(Comodo-Pet), 임사이(Imasi)-8080, 엠아이티에스-앨태어(MITS-Altair)-8800, 티에스알(TSR)-80, 애플(Apple)가운데 ’애플‘이라는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좋은 상표만을 기억하고 있다.

1,000종이 넘는 특허를 가지고 있는 발명의 왕 에디슨도 영광의 이면을 가지고 있다. 어두움을 밝힌 에디슨의 전구는 G?E(제네럴 일렉트릭)라는 상표로 아직 빛나고 있지만, 소리를 축적시킨 축음기는 RCA사의 ‘니퍼(Nipper : 물다)’라는 강아지에게 발뒤꿈치를 물리게 된다. (붙임 참조 1. 빅터레코드사의 로고)

니퍼는 죽은 주인이 평소 즐겨듣던 노래가 나오면 항상 스피커를 바라보았다고 한다. 화가인 바로(F. Barraud)는 이를 그려 에디슨에게 광고용으로 써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일언지하에 거절당하였다. 에디슨과 경쟁관계에 있던 베를리너는 니퍼의 그림을 미국과 캐나다에 상표 등록하였고, 이 상표는 RCA사의 로고가 되어 전 세계 음악애호가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주인의 노래를 추억하는 강아지라는 감성적 이야기로써 소비자의 마음에 남아 있는 그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디자인의 중요성은 “한국형 마케팅불변의 법칙(여준상 지음)”에서도 엿볼 수 있다. ‘외형중시의 법칙'과 ‘품격지향의 법칙'은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속담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디자인에 대한 한국인들의 정서를 잘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메가트랜스의 저자인 존 나이스빗도 "일반상품의 고급디자인화“를 강조하고 있는데, 이 표현도 좋은 디자인만이 기업의 생존조건이 하고 예견한 것이다.

핸드폰 관련 기업 모두가 많은 기능과 기술만을 추구할 때, 얇고 세련된 ‘레이저’라는 이름의 디자인으로 다시 세계 2위로 올라선 모토로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인터페이스 디자인으로 MP3 종주국인 한국의 자존심을 무너뜨린 애플의 ‘아이팟’이 이러한 예라 할 수 있다.

특허청에서는 이러한 상표와 디자인의 중요성과 감성마케팅을 홍보하는『2007 상표-디자인展』을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상표와 디자인의 트랜드, 진품과 모조품을 비교 전시 및 미래 디자이너의 작품 등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외에 지역의 브랜드와 기업의 우수한 지식재산권도 보여주게 된다.

지난 20세기가 지성에 호소하는 이성과 기술의 세기였다면 기술이 평준화되어가는 21세기는 감성 중심의 상표와 디자인의 세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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