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쌍용건설 인수 불참..옛 오너 예우한 강덕수 회장 지시
지난 6월초STX(3,530원 0%)그룹은 극동건설 1차 입찰에서 1위로 선정됐다. 업계가 추산한 극동건설의 가치는 최대 4000억원. 이보다 1000억원 이상 높은 가격을 써낸 STX는 최종인수를 낙관했다.
이 기사는 12월03일(14:00) 머니투데이가 만든프로페셔널미디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그러나 극동건설을 인수해 조선, 해운, 에너지 사업을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려던 STX의 희망은 느닷없이 등장한 복병 때문에 깨졌다. 당시 극동건설을 매각하던 론스타는 1차로 3개사를 선정, 숏리스트(우선협상 후보)를 만들고 이후부터는 프로그레시브딜(Progressive deal : 경매호가식 입찰)을 실시했다.
"STX는 5500억원이다. 웅진은 인수의사가 없는건가?" 경쟁을 도발하는 론스타의 전략에 웅진은 1100억원을 더 베팅, 극동건설을 기어코 손에 넣고 말았다. 동시에 STX의 건설사업 확장 의지도 무산됐다.
분루를 삼키고 실탄을 모으며 전략을 가다듬던 STX에게 반년만에 기회가 찾아왔다. 우리사주조합의 반대로 중단됐던쌍용건설의 매각공고가 붙은 것.
올해 종합시공능력평가 13위를 차지한 쌍용건설은 건설업계에서도 보기드문 기업가치를 가진 매물이다. 호텔 시공실적 세계 2위, 국내에서 해외 고급건축 시공실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브랜드가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STX 전략기획실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업계가 예상한 쌍용건설의 가치를 7000억원으로 계산하고 프리미엄을 고려, 최대 베팅액을 1조원 이상으로 높였다. 조선과 해운의 쌍끌이 호황으로 레버리지 투자에도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최근 인수한 크루즈선 건조 세계 1위 아커야즈와 함께 종합레저사업 분야를 개척할 시너지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극동건설보다 2배 이상 가치있는 매물을 더 합리적인 가격에 살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그러나 태스크포스(TF)팀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기 직전 예상치 못한 지시가 떨어졌다. 내용은 프로젝트 잠정중단, 쌍용건설 인수계획을 일단 유보하라는 것이었다.
최고경영자인 강덕수 회장의 의지였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해온 STX의 심장, 전략기획실이 스스로 박동을 멈추던 순간이다.
총성없는 전쟁터인 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인 강회장이 뜻밖의 고뇌를 시작한 이유는 예의와 의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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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회장은 20억원의 사재를 털어 외환위기 당시 쌍용중공업을 인수해 현재 10조원이 넘는 그룹을 일궈냈다. 그보다 먼저 쌍용양회의 샐러리맨으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뎌 기업경영의 기초를 닦았다. 그런 강회장에게 옛 오너인 김석준 회장이 현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쌍용건설은 아무리 가치있는 기업일 지라도 M&A 대상에서 예외였던 것이다.
STX 실무진은 인수전략이 담긴 프로젝트 문건을 소각하는 대신 회장의 중단 지시가 해제되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앞으로 쌍용건설만한 매물이 시장에 다시 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룹의 미래냐 김 회장과의 의리냐를 놓고 강회장의 장고가 거듭되는 동안 실무진도 똑 같이 애를 태우고 있는 것이다.
M&A업계 관계자는 "몇가지 이유로 STX가 (쌍용건설 인수)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만간 쌍용건설 인수에 대한 최종 결단을 내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