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현실 모르고 내놓은 듯…불확실성 높아 '관망중'"
"솔직히 60조원이라는 가격이 어떻게 산정됐는지도 모르겠다. 그 가격에 살 만한 기관도 없을텐데 누구한테 판다는 건지…."
"넘을 산이 많다. 지주사전환 뒤 얼마나 시너지를 낼 지도 의문이지만 (인수위 발언대로 매각이 진행된다면) 적절한 때를 놓칠 공산이 크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내놓은 '대우증권 매각방안'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매각 과정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데다 인수대상· 절차 등이 모호해 불확실성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인수위는 지난 7일대우증권(61,600원 ▼5,000 -7.51%)과 산업은행(이하 산은)의 IB부문을 통합해 지주사 형태로 상장한 뒤 매각하는 방안을 내놨다. 기존 정부안에서 달라진 점은 산은의 IB부문을 떼어내 대우증권에 병렬식으로 엎어주는 게 아니라 새로운 지주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
신설법인의 시장가격에 더 높다면 대우증권에도 '호재'가 될 법하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우선 증권업계에선 인수위가 제시한 '60조원'이라는 가격이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가격 산정 기준이 모호할 뿐더러 그 가격에 살 매수자도 없다는 얘기다.
◇ 60조원 어디서 나왔나
A 증권사의 B 애널리스트는 9일 "산은이나 재경부 쪽에서도 대체로 인수위 발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면서 "인수위 제시한 가격도 지나치게 높은 데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이 지주사의 지분 49%를 덥썩 사들일 기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산업은행의 자기자본 약 19조원과 대우증권의 시가총액 약 6조원이 결합된다고 하더라도 60조원의 가격이 나오긴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주사로 결합되는 과정도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산은의 IB인력이 유출될 우려가 제기됐다. C 증권사의 D 애널리스트는 "산은은 소위 '철밥통' 기관으로, 산은 직원들이 단순히 연봉 때문에 이직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정책자금을 운용해온 산은IB가 정부 산하에서 벗어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새로운 결합체가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내느냐도 미지수다. 산은의 IB부문이 정부정책 기능을 수행한다는 '유리한 입장'이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B 애널리스트는 "인력 미래수익성 측면에서 어느 것 하나 기대할 게 없다"며 "대우증권의 단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중장기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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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기가 문제
5~7년이 걸릴 것이란 인수위 발언 역시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다. 매각시기가 차기정부로 미뤄질 수 있기 때문. 인수위 안(案)대로라면 '실기'(失期)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매각이 연기될 수록 불리하다는 의견이다.
모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지금은 증권사의 프리미엄이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라며 "2~3년이 지나면 시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데다 (인수할 만한 기관들이) 증권사를 신규설립하든지 중소형사를 인수해서 키울 경우 매수대상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비싸게 파는 게' 목표인 만큼 신 정부가 시장의 요구대로 정책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추이를 살핀 뒤 시장에서 요구하는 대로 정부안이 바뀔 수 있다"며 "(인수위의 이번 발언은)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한번 던져본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 "혹시 또 바뀌지 않을까"
증권업계에서는 '정부의 매각의지'에 한줄기 희망을 걸고 있다. 방식이나 시기가 어떻게 되든지 매각하겠다는 의지만은 확고하지 않느냐는 것.
D 애널리스트는 "기업가치 높일 수 있다면 내외부적인 유인에 의해 결국은 두 금융사가 합쳐질 것"이라며 "방식이 어떻든 매각한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의 얘기가 뒤짚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B 애널리스트는 "인수위 발언이 최종 결정된 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판단을 내리긴 이르다"며 "대우증권이 독자적으로 매각될 가능성도 버려둘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또다른 증권사의 E 애널리스트는 "대우증권이 단독 매각될 가능성은 낮다"며 "중소기업 지원 자금을 마련키 위해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니 만큼 어떤 식으로든 그 정도 돈은 조달해야 명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날 12% 이상 급락마감했던 대우증권 주가는 이날 3% 이상 약세 출발했지만 증권주에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반전, 보합으로 장을 마쳤다.
산은이 지분을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과현대건설(148,800원 ▼11,100 -6.94%)도 장초반 약세를 보이다 각각 2%. 1.6% 상승반전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증권의 지분 39.1%,대우조선해양(119,300원 ▼7,700 -6.06%)과 현대건설의 지분 각각 31.3%, 14.7%를 보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