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vs수출' 씁쓸한 반도체 집안싸움

'유출vs수출' 씁쓸한 반도체 집안싸움

김진형 기자
2008.03.10 08:40

[현장+]다른 나라 기업들은 서로 손잡는데 우리는?

지난 7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 세계 D램 업계 1, 2위인 삼성전자의 황창규 사장과 하이닉스반도체의 김종갑 사장이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총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D램 업계의 불황,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 연횡 속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하지만 정작 이날 총회는 '화합'보다는 '분열'의 장이 되고 말았다. 황 사장은하이닉스(947,500원 ▼59,500 -5.91%)가 추진하고 있는 대만 반도체업체 프로모스로의 54나노 공정의 D램 생산기술 이전이 '기술유출'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 '기술유출'이라고 지적, 논란이 제기된 터라 황 사장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린 셈이 됐다.

김 사장은 이날도 많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한참 동안 '기술유출이 아니라 수출이다'라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상황이었다.

일본 대만 미국 등 후발 업체들의 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상황에서 경쟁 기업에 기술을 이전하는 하이닉스가 달갑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또 투자할 자금이 많지 않아 투자없이 생산능력을 키우고 돈도 벌 수 있는 프로모스와의 제휴를 이어가야 하는 하이닉스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모스에 기술 이전이 '기술수출'인지 아니면 '유출'인지 여부는 법(기술유출방지법)이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라 판단될 것이다.

하지만 세계시장의 경쟁 기업들은 자국 기업끼리의 협력에 이어 국경을 넘어 세력을 모으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끼리 이같은 논란을 벌이는 모습은 안타깝다. 최근 미국의 마이크론과 대만의 난야는 50나노 이하 D램 공동개발과 합작사 설립에 합의했다. 마이크론은 또 낸드플래시 생산을 위해 인텔과 손 잡았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엘피다는 대만 파워칩과 '렉스칩'이라는 합작사를 설립해 운영중이다. 엘피다는 '프로모스'까지 우군을 만들기 위해 공개 구애 중이다. 또 도시바, NEC, 후지쓰 등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뭉쳤다.

황 사장은 이날 총회에서 "업계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일본 미국 대만의 업체들이 합종연횡하고 (한국에 대한) 견제는 갈수록 거세질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업계가 더욱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이닉스 기술 유출 논란을 놓고 삼성-하이닉스 두 회사의 긴장관계가 그다지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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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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